10년을 다니면 중간에 육아휴직하며 한번 정도는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변함없이 주 5일씩 매주 다녔다. 허허.
지점에서는 업무가 많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 연차가 오래된 직원이나 신입사원이나 같은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업무의 전문성이 없으니 누구나 맡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신입사원 때는 그렇게 힘들고 벅찬 업무였는데, 지금은 눈에 다~ 보인다. 지점 간 경쟁에서 1등 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우선 경력 면으로 생각했을 때는 '물경력'으로 볼 수 있으니 안 좋을 듯하다.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로 쓰기 나름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경력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그럼 10년 동안 배운 것은 없을까? 매년마다 직무가 바뀌었고, 여러 직군을 돌며 specialist 보다는 generalist 가 되었다. 넓고 얕은 직무 경험. 게다가 정량적으로 셀 수는 없지만 조금씩 늘어난 사회생활 스킬. 시간이 쌓이고 여기저기 치이며 늘게 된 업무 스킬일 것이다.
매년마다 직무가 조금씩 바뀌었을 때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또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생각에 지루해지지 않아 생활에 생동감이 있기도 했다. 1년만 한 사이클을 돌면 익숙해지더라. 그렇게 10년 차, 이제는 지점에서 어떠한 업무를 맡아도 겉으로는 "아이고.. 너무 많습니다. 과해요!!"라고 말하고 속으로는 '흐응~ 그 정도야.'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영향으로 지금의 나는 회사를 '취미'처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진짜다! 취미 생활 중이다.
몇 년 전, 우리 사회는 '욜로'를 거쳐 '경제적 자유'라는 테마가 유행했다. 젊은 나이에 돈을 많이 벌어서 직장에 메이지 않는 시간을 벌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내 기준은 좀 달랐다. 돈 몇 십억을 언제 어떻게 벌어야 할 것인가? 벌 수는 있는가? 벌어도 일이 없으면 심심할 것 같은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지? 노는 거라면 지금 당장 함께 하면 안 될까? 등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배포가 크게 투자도 잘하고 능력도 있어야 하는 경제적 자유는 나에겐 너무 멀고 어려운 길로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길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자유롭도록 하자!"였다.
10년 동안 틈틈이 회사 휴일을 이용해서 내가 하고 싶은 '여행'과 '경험 많고 윤택한 일상'을 이어나갔다. 어느덧 업무가 익숙해지니 이젠 근무 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보내고 싶어졌다!슬쩍 귀로 이어폰을 끼고 듣고 싶은 라디오를 들어 보았다. 오잉?업무의 영향 없이 손으로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더라!! 그래서 난 요즘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말씀으로 마음 수양하며 일하고 있다.
MZ 오피스의 에어팟 문화, 그렇다. 나는 MZ였던 것이다...!!
한쪽 귀로는 스님의 말씀이 들리고, 다른 쪽 귀로는 말 거는 사람 및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요령이 생겼다. 말하다가 스님 말씀 놓쳤으면 다시 되감기~
이것은 누구나 이어폰을 끼고 일할 수 있는 우리 회사의 자유로운 분위기도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MZ 오피스의 에어팟, 진짜 되는 거였다.
회사에서 내게 주어진 업무량을 해나가며돈을 벌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시간으로 만든다. 일로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으니 회사에서는 마음 수련을, 회사 퇴근해서는 다양하게 배우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 나는 현재를 즐기고 있고, 그런 일상들이 나를 편안하게 해 준다.
이것이 바로 경제적 자유가 아닐까?
10년 뒤에는 또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다시 본사에 갈 수도, 승진을 해서 언젠가는 점장이 될지도, 만년 대리로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래가 궁금해서 사주를 공부했지만 내 인생은 여전히 미궁이다.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법륜 스님의 말씀처럼 어디서든 평온하게 웃으며 살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10년 차 직장인! 10년 동안 수고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