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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니엘 Mar 19. 2024

이방인의 눈으로 본 독일 현지 한국인

타지에서 한국인의 정을 느껴보자


다양한 세상을 보고 싶다면, 한국 밖의 더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을 보아도 좋을 것 같다.


해외여행에 관심 가지기 전까지 몰랐다. 이렇게 많은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 있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학교 공부 속에서 세상을 배웠다. 이전의 내가 알고 있는 세계는 먼 나라 이웃나라(이원복 저) 만화책의 재미난 상식처럼 책 속의 머나먼 내용이었다.


좋은 계기로 독일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차츰 생활을 하다 보니 그 속의 끈끈하고 단단한 한국 사회를 느낄 수 있었다. 한두 다리 건너면 신기하게도 알음알음 연결되더라. 그만큼 좁은 사회일 수 있다. (물론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깊숙이 들어가면 희로애락을 다 느낄 수 있을 거다.) 나는 짧게나마 감사하게도 '희'와 '락'을 배웠다.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서글서글한 친화력, 가벼운 실수는 어여쁘게 넘어가 줄 젊은이의 특권, 인턴이라는 꼬꼬마 같은 위치, 해외 어디서든 이어 줄 수 있는 종교의 힘 등등은 내게 자신감 주었다.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자 온 이방인에게 독일 현지의 사람들은 꽤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pixabay. 독일의 주식인 건강한 호밀빵. 뻑뻑한데 먹다 보면 중독된 듯 맛있다.


나는 해외에서 살면서 외국인들보다는 한국인을 만날 기회가 더 많았다. 부모님과 떨어져서 지내게 된 내게 부모처럼 든든하게 대해주신 하숙집 언니가 있었다. 언니와 함께 살며 독일의 맑은 하늘이 보인 주말에 마인강에 나가 산책을 하곤 했다. 같이 저녁을 해 먹고 TV를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독일의 유명한 나체 사우나를 용기 내어 가보기도(!), 피아노 연주회를 듣기도 했다. 독일의 낮은 기압으로 저혈압이 되어 쓰러졌을 때는 함께 병원에 가서 독일어로 통역해 준 시간도 참 감사하다. 언니 덕분에 나의 독일 생활은 더욱 풍족했다.


그뿐만인가! 60대의 회사 사장님도 계셨다. 일찍 퇴근하며 독일의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을 함께 구경가기도 하고, 회식으로 다 같이 재즈바에 가서 문화를 즐기기도 했다. 일을 할 때는 투덜투덜 힘들었지만, 인간적인 유대가 쌓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분들이 해외에서 느낄 외로움은 더 컸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돌아갈 날이 정해져 있어 독일에서의 하루하루를 다시 겪지 못할 감사함으로 보냈지만, 그분들은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거니까. 나의 흥겨움과 열정이 그분들의 삶의 순간에 작게나마 웃음 지어진 순간이 되었길 바라는 마음이다. 10년이 더 지난 지금의 내가 그때를 기억하면 그렇듯이.


@pixabay. 축제는 항상 흥겹다. 함께 한 시간들은 마음에 그리움이라는 따스한 감정을 남긴다.


운이 좋게도 우리나라 굴지 대기업의 주재원 분들이나 현지 채용 분들을 뵙기도 했다. 두 삶의 장단점이 명확하게 느껴져 새로운 세상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더 인상 깊었던 모습들은 현지 채용이라는 제도였다. 삶의 터전을 해외로 옮길 수 있는 멋진 방법이었다. 그분들의 여행에 초대해 주셔서 주말에 함께 독일의 아름다운 소도시를 가기도 하고, 집들이 만찬에 참석하여 맛있게 삼겹살을 먹고 오기도 했다. 한국과 소통하는 내 노트북이 고장 났을 때는 모니터를 빌려주시기도 했다. 독일에서의 '삶'을 가깝게 지켜보며 많이 배웠다.


내 나이 또래의 현지 2세 친구를 종교 모임에서 만난 적이 있다. 한국어, 독일어, 영어의 무려 3개 국어가 능통해서 부럽다는 생각이었는데, 꿈이 교사라는 말이 놀라웠다. (교사라는 직업의 비하는 절대 아니다. 나도 한 때 교사를 꿈꿨었다.) 외국어를 잘 못하는 나로서는 언어를 잘한다면 다른 꿈을 생각해보기도 할 텐데. 이렇듯 나의 고정관념을 깨고 넓은 시야를 볼 수 있는 시간들이 참 많았다.


지금 생각하니 어린 날의 나는 받기만 하고 온 것 같다. 6개월 뒤면 가야 할 시절 인연이었을 텐데 너무도 과분한 정 속에서 감사한 시간들이 많다.


@pixabay. 잘 있어 독일. 유럽 여행을 가게 되면 매번 들리고 싶은 곳이다.


작은 선의는 누군가에게 평생 기억할 고마움을 선사한다.


해외 이역만리에서 한국인의 정을 느끼게 해 준 분들 덕분에 내겐 독일이 제2의 고향 같다. 그분들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선의가 돌고 돌아 조금은 더 따스한 사회를 만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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