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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x Nov 06. 2024

고치라고 말하지 못하는 자는 누구인가

"사장님, 출입문에 붙어있는 '밀으세요'라는 문구를 '미세요'로 바꾸실 생각 없으세요?".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고 나오려다가, 목구멍까지 밀려 나오는 말을 참았다.


단체 카톡방의 한 사람은 종결형 어미를 툭하면 잘못 사용하고 있었다.

"OO 하세오. XX마세오" 등등을 시도 때도 없이 사용했다. 그럴 때면 "OO 하세요 고 XX 마세요"가 맞습니다, 수정해 주세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술자리, 역전 앞에서 만나자를 역 앞에서 만나자로, '이승엽이 친 타구가 라인선상으로 갔다'라고 했을 때, 라인선상이 아니라 라인 위나 선상이다로 고쳐주면 '니 똥 굵다''니 똥 칼라'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친구의 여자 친구가 10월을 '시월'이 아닌 '시벌'로, 6월을 '유월'이 아닌 '유궐'로 발음하는 건 매우 거슬렸지만, 고쳐주지 못했다.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틀릴 수 있다. 모르면 틀릴 수 있다. 그리고 그걸 남들이 모르면 아무것도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다 아무것도 아니다. 별 것 아니다.

라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지하차도나 터널 실선에서 깜빡이도 켜지 않고 차선 변경하는 차를 보면 욱할 때가 있다. 릴랙스.


*어릴 때부터 수십 년간 지켜온 좌측통행. '차들은 오른쪽길 사람들은 왼쪽길'이라는 캠페인송까지 있을 정도의 규칙을 단번에 반대로 바꾼 이유는 뭔지 지금도 궁금하다. 악법도 법이라고 국가 시책에 따르고자 길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우측통행을 하고 있지만, 아무 개념 없이 휴대폰만 응시한 채 정면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대략 난감이다.

속초 청초호(호텔 씨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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