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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내 이야기

혹시 OOO 씨 아세요?

묻지 말아야 할 것

by Jonx

어떤 그룹에서 혹은 지인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이래저래 뭐 하나의 연결고리가 이어진다. 그게 학연이던 지연이던 혈연이던, 나의 지인의 지인을 연결해서라도 뭔가는 이어지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에서 여덟 다리 건너면 다 가족이자 집안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어디선가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우연찮게 접점이 생기게 되고 그러면 지인이던 지인의 지인이던 혹시 아냐고 물어보는 게 관습이었다.

"혹시 OOO 씨라고 아세요?"

아는 경우도 있고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반응은 설사 알더라고 반가워하거나, 놀라며 즐거워하는 반응은 기대하기 어렵다.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다.

실로 여러 종류의 인간들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서 가족들도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있는데 심지어 남인 경우에는 오죽하랴.

OOO를 아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대충 이러하다.

1. 알긴 아는데 안 친하다.

2. 눈을 쳐다보지 않으며 묵묵부답

3. 어, 알죠. 그런데 그분 좀 이상해요.

4. 제가 그 사람을 알아야 하나요?

외에도 여러 가지 반응이 나타나지만, 안 묻는 것만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설사 친하다거나 칭찬하더라도 본인이 더 잘 알고 친분이 더 두텁다는 이야기로 종결되곤 한다.(네가 아는 건 조족지혈이야 류)

수차례의 경험 이후, 나는 절대로 "혹시 OOO 씨 아세요?"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알거나 모르거나 그 상대와 나의 관계에 제3자 개입되어 좋을 건 거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설사 그 사람과 나의 지인이 알 수도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사람의 주변과 환경이 아주 낯설지 않고 나도 그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주변과 환경에 대해 익숙해질 수 있는 상황임을 넌지시 알려주는 선에서 마무리한다.

이러는 것이 그 사람도 좋고 나도 좋고 내 지인도 좋기 때문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또랑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인생살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누군가 내게 OOO 씨 아세요라고 물으면 나는 답할 것이다.

"아, 그럼요, 알다마다요. 세상에 그렇게 훌륭하신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라고 한 후, 그의 표정을 읽어볼 것이다. 내 말이 진심인지, 반어법을 이용한 과장된 말인지를 가늠하는 그의 미간을.

소양강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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