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봄~2019.12.9
백구.
이 아이를 만난 건 2009년 봄 즈음으로 기억한다. 개를 사랑하던 아버지는 한때 10여 마리까지 키우신 적이 있었다. 물론, 개 사료 주기와 배설물 치우기는 내 몫이었다. 내가 개 사료를 주고 배설물을 치울 수 있을 정도로 크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어머니의 몫이었다. 내가 어릴 적, 어머니는 메리(당시 키우던 개의 이름)의 배설물을 치우며 출근하신 아버지를 향해 한 마디 하셨다.
"예뻐하기만 할 줄 알지, 개 X 한 번 치우지 않는다니까."
백구의 성격은 어머니와 나를 닮았다. 개 치고는 상당히 점잖은 스타일이었고, 웬만한 일이 아니면 잘 짖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끔은 애교도 부리고 재롱도 떨었으며, 어린아이 같은 눈망울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병상에 계신 어머니도 백구를 듬직해했고 예뻐하셨다.
백구가 운학리에 있는 '근산징자'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근 10여 년간 보필(?)했는데, 2011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로부터 7년 뒤에는 어머니가 유명을 달리하셨다. 백구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2년이 채 못돼서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백구가 세상을 뜨기 전, 백구 집 안팎을 정리해주는데 내게 살며시 다가왔다. 그래서, 몸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왜? 할아버지, 할머니 돌아가시니까 외로워? 이리 와 안아줄게."하고 꼭 안아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게 백구와 나의 마지막 대화였다.
지금은 저 먼 곳에서 여전히 듬직하게 아버지, 어머니 주변을 지켜주고 있겠지.
그동안 고마웠다, 백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