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처 견학을 가다
기자가 되기 전에 다니던 두 곳의 회사는 연수 없이 바로 업무에 투입되었다. 두 번째 직장인 연세의료원은 의료직군, 사무직군 등 다양한 직군을 모아 일주일 정도 연수를 받는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코로나 시국에 입사했던 터라 연수를 누릴 기회가 없었다.
세 번째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야 처음으로 신입사원 연수를 받게 되었다. 보통 신입사원들이 입사하게 되면 짧게는 1주, 길게는 몇 달의 연수 기간이 주어진다. MBN은 3주간의 연수기간이 주어졌다. 이전까지 연수의 꽃은 견학이라고 생각했다. 월급을 받으며 놀러 다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견학을 포함한 연수기간 전체가 월급 받으며 먹고 노는 시간이란 것을...
우리 기수가 입사하던 주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다. 물론 나는 이 주에 연세의료원에서 인수인계를 하고 있었다. 동기들은 새로 지어진 삼송사옥에 견학을 갔고 지방선거 개표방송을 위한 스튜디오에도 다녀왔다. 내가 입사한 연수 2주 차, 직군별 교육이 시작됐을 때부터 출입처 견학이 시작됐다. 국회, 청와대, 법원, 검찰, 서울시청을 다녀왔는데 서울시청은 예정에 없었지만 당시 보도국장이 오세훈 시장과 수습기자들의 짧은 대면식(?) 같은 자리를 만들어 다녀오게 됐다.
드라마 <피노키오>에서도 견학을 다니는 모습이 나오는데 국과수만 나온다. 우리는 국과수 견학을 다녀오지는 못했다. 대신 마와리를 돌던 중 다녀온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습기자 교육에서 국과수 견학을 갈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국과수를 견학하며 실제 부검을 참관하게 되는데 실제 부검 참관과는 조금은 다르게 묘사되었다. 드라마에서는 부검실에 직접 들어가 참관하지만 실제 견학에서는 2층에 마련된 참관실에서 참관하게 된다. 의학 드라마에서 수술을 참관하는 장면과 비슷하다.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부검 장면을 그대로 볼 수도 있지만 부검을 진행하는 수술상 위에 고화질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부검 장면을 모니터를 통해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언진재 교육 이야기에서 쓰기로 한다.)
출처: SBS 드라마 <피노키오>
첫 견학지는 국회였다. 국회에서는 본관과 소통관을 돌아보게 됐는데 기자들이 상주하는 소통관이 생각보다 규모가 너무 커서 놀라기도 했다. 실제 국회에 출입하는 기자 수만 1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타사 기자들과 3명씩 짝을 지어 의원들과 식사자리를 가지기도 한다. (이러한 모임을 '꾸미'라고 한다.) 의원 수는 300명인데 기자는 1,000명이니 의원 1명, 기자 3명이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꾸미 인원이 3명인 이유는 4인석 테이블에 앉아 자유로이 대화할 수 있는 인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회에서 우리를 인솔한 선배는 처음부터 낯이 익었다. 이름도 낯이 익어 생각해 보니 2018년 MBN 카메라테스트를 준비하며 뉴스를 시청할 때 리포트를 자주 봤던 선배였다.(아마도 이때 선배가 사회부 말진 이었을 것이다.) 견학을 마치며 선배와 동기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선배는 동기들에게 자연스레 반말을 하시다가 나에게만 존대를 하셨다. "다른 데서 일 하다 오셨죠?"라고 선배는 말했다. 내 얼굴이 세월을 직격탄으로 맞았구나 싶었다.
두 번째는 청와대였다. 원래는 용산 대통령실이었는데 당시 대통령실을 출입하던 선배가 용산 집무실에서는 딱히 볼 수 있는 것이 없어 청와대로 장소를 변경했다. 청와대 견학은 문화재청 가이드가 아닌 우리를 인솔하는 선배가 안내했다. 실제 청와대를 출입하던 선배가 곳곳에 담긴 이야기를 해주니 훨씬 실감 나고 재밌었다. 날씨도 좋아 동기들과 청와대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세 번째 견학지가 법원, 검찰이었다. 법원과 검찰은 가장 출입하고 싶던 곳이었다. 입사하기 전부터 자기소개서에는 법조기자를 꿈꾼다는 이야기를 썼었다. 기자 이전에는 검사라는 꿈을 가졌었는데 대검찰청 기자단 활동도 하고 법 공부도 했었다. 자연스레 관심이 가는 분야였다. 견학지는 서울중앙지법, 대검찰청 순이었다. 중앙지법에서 선배들을 만나 인사하고 법원과 기자실을 둘러봤다. 중앙지검은 이동하며 바깥에서만 잠깐 구경을 했다. 이동하며 선배에게 질문을 했는데 나중에 동기들은 내가 질문하는 모습이 처음이었다며 정말 법조에 관심이 있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대검찰청에서는 대변인실 담당자가 나와 검찰 체험관과 역사관을 보여주었다. 대검찰청은 너무나도 익숙한 곳이었다. 대검찰청 기자단으로 6개월, 명예필진으로 다시 6개월을 매달 회의, 행사, 취재 등으로 방문하던 곳이었다. 인솔하던 담당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내가 활동할 때도 대변인실에 근무했었다고 했다. 서로 너무 신기하고 반가운 인연이라며 좋아했다.
검찰 역사관을 돌며 인솔자는 우리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기억나는 질문은 대검 중수부가 폐지되기 전과 후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었는데, 나는 곧바로 "대검의 수사기능의 유무"라고 답했다. 검사를 꿈꾸며 법을 공부하고 대검 기자단을 했던 나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다. 이 모습을 당시 검찰을 출입하던 촬영기자 선배가 보셨던 모양이다. 견학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나에게 질문도 많이 하고 대답도 잘하던데 법조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자 선배는 나에게 말했다.
"너 법조 와라."
사실 이 선배와는 서울구치소 뻗치기 때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선배는 견학 때 하셨던 말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선배의 이 한 마디가 큰 응원이 되었다. 무사히 수습을 마치고 언젠가는 법조에 꼭 오겠다는 다짐이 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견학은 서울시청이었다. 국장이 급하게 마련한 자리이다 보니 오세훈 시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실무자들과 티타임을 하며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수 있었다. 그래도 오세훈 시장은 수습기자들과 일일이 셀카를 찍어주었다. (생각보다 키도 크고 잘생겨서 놀랐었다.) 교육기간 내내 억지로 질문을 짜내느라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 때는 수월했다. 서울메트로환경에 근무하며 직접 보고 경험했던 것에 기반해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네 번의 견학을 다녀오게 되었는데, 사실 청와대를 제외한 견학지들 모두 익숙하거나 이미 가본 곳들이었다.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은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재판 모니터링 활동을 하며 여러 번 다녀왔고, 대검은 앞서 언급한 대로 기자단활동을 통해 자주 갔었다. 국회도 국정감사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여러 차례 다녀왔었다. 청와대도 내부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지만 대통령경호처 채용에 응시하며 연무관과 부속건물에는 가본 적이 있었다.
견학을 갔던 곳들 모두 기자이기 때문에 가볼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단지 기자로서 가게 될 곳들이었다. 그래서 특별한 의미를 남기지는 않았다. 앞으로 어떤 곳을 출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는 있던 것 같다. 그래도 가장 남았던 것은 동기들과 함께한 시간, 함께 찍은 사진이 아닐까 싶다.
* 글을 발행하고 생각해보니 청와대 내부도 2015년 정책기자단 신분으로 견학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겨울에 견학을 갔었는데 청와대는 겨울에도, 여름에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