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습일지 #방송국 놈

방송기자 체험하기

by 시크팍

입사 후 사내교육 동안은 점심을 간부들과 먹었다. 김주하 선배도 그중 하나였다. 선배는 우리와의 식사 자리에서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말했다. 다른 직업들은 '사'자가 붙기 마련인데 기자만 '놈 자'자가 붙는다고 했다. 그러니 우리는 그 이름에 맞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흔히 예능에서 출연자들을 못살게 구는 PD들을 방송국 놈들이라고 부른다.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현장 취재, 특히 사회부 취재를 하다 보면 정말 방송국 '놈'이란걸 체감하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방송국 놈이 되었으니 사내교육 동안 방송기자로서 해볼 수 있는, 앞으로 해야 하는 것들을 체험하게 된다. 스탠딩, 기자큐브, 출연 등을 해보게 되는데 수습기간을 마친 지 얼마 안 되어 퇴사한 나는 실제로 스탠딩 이외에 MNG(중계), 기자큐브, 출연은 해보지 못했다. 퇴사한 지 얼마 안 되어 날씨 기사 중계를 하고 있던 같은 팀 선배의 모습을 보았다.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중계를 하다 보니 얼굴도 얼어 있었고 와빠(마이크)와 휴대전화를 잡은 두 손에는 핫팩이 들려 있었다. 퇴사 전부터 동기들이 한 '놈'씩 중계 입봉을 하고 있었기에 그만두지 않았다면 내가 저 기사로 중계 입봉을 했겠구나 싶었다. 중계되는 선배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 스탠딩: 리포트에서 현장에 서있는 기자를 보여주는 것인데 현장이 아닌 관련 기관 앞에서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한두 문장 정도의 스탠딩 멘트를 읽게 되는데 와빠를 잡고 그대로 현장에 서거나 핀마이크를 차고 움직이며 촬영하기도 한다. 스탠딩은 현장감을 살리기 좋은 기사 구성 방법이다. 유의미한 현장이 아니지만 스탠딩을 통해 기자 옆에 CG를 띄워 기사를 구성하기도 한다.

*MNG(중계): 뉴스 진행 중 앵커와 기자를 생중계로 연결하는 것이다. 중계는 흔히 알고 있는 중계차가 현장에 나가는 것인데 중계차가 나가게 되면 보통 프롬프터가 구비되어 기자의 모습이 다른 그림(영상)과 함께 뉴스 화면에 나가게 된다. MNG는 ENG 카메라에 장비를 달아 중계하는 방식이다. 휴대전화에 사용하는 유심을 여러 개 장착한 장비가 부착되어 ENG에 담기는 영상이 그대로 중계된다. MNG의 경우 프롬프터가 없기 때문에 기자의 첫 두세 문장 멘트 이후 화면이 전환되고 다른 영상이 송출된다. 프롬프터가 없기 때문에 기자들은 스마트폰에 기사를 옮겨둔 기사를 보며 생중계로 읽는다.

*기자큐브&출연: 기자가 스튜디오에 출연해 뉴스를 진행하는 것을 기자 큐브라고 한다. 보통 벽면에 있는 화면에 영상이나 글이 띄워지며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자가 혼자 또는 다른 기자와 함께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뉴스가 기자큐브라면 출연은 기자가 스튜디오에 출연해 앵커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방식의 기사를 말한다. 출연은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추가로 스튜디오가 아닌 야외에서 기자가 CG를 띄워가며 리포트를 구성하는 방식을 현장큐브라고 한다. 스탠딩과 다른 점은 스탠딩은 짧은 한 두 문장 정도의 길이라면 현장큐브는 기사 대부분을 기자가 직접 영상에 나와 멘트를 하고 CG가 입혀진다.



사내교육에서 강조되었던 것 중에 하나가 더빙 연습이 아닐까 싶다. 여러 선배들이 들어와 더빙 교육을 해주고 실습도 시켜주었다. 아침 뉴스 앵커를 맡았던 선배도 더빙은 꾸준히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카메라테스트 준비과정, 사내교육에서 진행한 실습 이외에는 전혀 더빙 연습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막상 입봉 하게 되었을 때 더빙을 하다 보니 연습의 필요함을 느꼈다.


연수 기간 동안 더빙 연습은 세 차례 정도 진행됐다. 한 번은 선배가 뽑아온 원고를 즉석에서 읽고 피드백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침 뉴스 앵커를 맡기도 했던 선배는 성심껏 한 명씩 돌아가며 피드백을 주었는데 곧 해외연수를 나갈 예정이었던 터라 교육이 끝난 뒤 회사에서 선배는 볼 수 없었다. 내가 퇴사한 뒤 연수를 마치고 복귀했다고 한다.


두 번째는 교육을 온 선배가 더빙보다는 직접 나가서 스탠딩을 해보자고 했다. 영상취재 선배와 함께 회사 앞에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에 나가 스탠딩을 체험했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기사를 먼저 작성할 시간이 주어졌는데 이때 스탠딩 멘트도 당연히 함께 작성했다. 기사 작성이 서툰 나는 기사를 반도 쓰지 못했고 밖으로 나가며 부랴부랴 스탠딩 멘트를 썼다.


10명의 동기들 모두 각기 다른 스탠딩을 했다. 영상취재 동기들을 교육하던 영상취재 교육 간사 선배는 우리가 쓴 멘트에 적절한 스탠딩을 알려주었다. 어떤 동기들은 무빙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와빠를 잡고 정석적인 스탠딩을 하게 됐다. 그래도 NG 없이 한 번에 스탠딩을 해냈고 나중에 영취부 사무실에서 각자 스탠딩 영상을 보며 피드백을 받았다. 무빙을 하는 동기들을 보니 쉽지 않아 보였는데 아나운서, 캐스터 출신인 동기들은 이마저도 능숙하게 해냈다. 다른 동기들도 모두 잘해서 놀라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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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큐브 실습은 실제 뉴스7이 진행되는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스튜디오에 내려갈 때까지만 해도 큐브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실습이 이뤄지는지도 몰랐다. 뉴스 PD는 스튜디오에 내려온 우리에게 부조에 있는 설비들과 직원들의 역할을 간단히 설명한 뒤 큐브 실습을 진행했다. 실습이 있는 줄 몰랐지만 PD님은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해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며 원고를 제대로 읽어볼 시간도 없이 큐브 실습을 진행했다.


동기 명단이 이름순으로 작성되어 있었는데 다행히 나는 두 번째였다. 두 번째 차례까지는 두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첫 번째 동기가 하는 모습을 보니 어느 정도 감이 왔다. 원고를 많이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기자 큐브는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만큼 프롬프터가 준비되어 있었다. 단순한 실습이었지만 뉴스 스튜디오에 서서 방송을 한다는 것이 설레기도, 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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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을 하면서도, 입봉 한 뒤 기사 때문에 연락을 주고받을 때도 느꼈지만 PD님은 굉장히 상냥하고 친절한 분이었다. 기자 큐브 실습을 할 때도 많이 부족했을 텐데 인이어로 계속 칭찬을 해주시며 자신감을 올려주셨다. 큐브 실습 때의 영상이 남아 있는데 화질은 좋지 않다...


계획된 일정대로라면 여기까지가 실습은 끝이었다. 하지만 교육 간사 선배는 부족하거나 더 해보고 싶은 교육이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우리에게 말했고 우리의 교육은 며칠 연장되며 추가 교육의 기회가 주어졌다. 큐브 이야기도 나왔는데 뉴스 PD님은 이번에는 출연 연습을 하게 해 줬다. 따로 앵커를 부를 수 없으니 동기들과 짝을 지어 앵커와 출연 역할을 바꿔가며 해볼 수 있었다. 이 때는 정말 원고를 볼 틈도 없이 스튜디오에 앉아 프롬프터에 의지하며 체험을 했다. 결과적으로 매우 버벅거리며 체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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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찍힌 사진과 영상을 보고 지인들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백이진이냐며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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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기회가 주어진 교육기간에는 실제 더빙실에서 더빙 연습을 해볼 수도 있었다. 실제 더빙할 때 실수를 하면 어떤 식으로 수정을 하는지 등 실무적인 팁을 배울 수 있었다. 실제로 기사를 작성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 실습도 진행됐는데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 실무에 투입되면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프로그램인데 교육시간이 너무 짧아 체화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입봉 이후 기사를 쓸 때마다 선배들에게 달라붙어 이용법을 배우곤 했다.


방송기자로 입사해 방송기자로서의 여러 체험을 사내교육 동안 해봤다. 특히 사진과 영상으로 남은 스탠딩, 기자큐브, 출연 실습은 방송국 놈으로서 뽕이 차오르는 좋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땐 몰랐다. 5개월의 마와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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