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습일지 #얼음 땡 사회부!

적응하기 어려운 그들의 문화

by 시크팍


기자들의 조직문화는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여러 매체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흔히 말하는 군대식 수직적 문화이다. 사건팀 수습기자 생활을 하며 만난 경찰들 중 여럿은 기자들의 조직문화를 비판하기도 했었다. 지난 세월 동안 경찰은 조직문화기 이렇게 많이 바뀌었는데 왜 기자들은 그대로냐며 수습기자인 나와 동기들을 불쌍히 여기기도 했다. 고작 방송사 한곳을 경험하고 기자라는 직군 자체의 문화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특히나 사회부는 그렇다. 첫 출근, 첫 교육시간에 바이스도 사회부는 군대라고 말씀하셨다.


사내 교육을 받는 동안 경험한 사회부 선배들은 전부 엄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경제부장과 점심을 먹을 날이었다. 인도 요리를 먹었고 부장은 커피도 마시지 않고 먼저 올라갔다. 교육 간사 선배, 동기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간사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교육 시간에 늦은 것이었다. 전날까지는 14시에 오후 교육이 시작됐는데 그날은 13시 30분부터 교육이었던 것이다. 뒤늦게 교육장에 올라가니 선배 한 분이 앉아계셨는데 들어가며 동기들이 인사를 해도 선배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인사도 받지 않았다. (인상도 강한 분이었다...)


약속된 교육시간에 늦은 것은 분명히 우리들의 잘못이었기에 우리는 잠자코 교육을 기다렸다. 선배는 양치도 하고 쉬고 있으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묘한 긴장감이 교육장에 흘렀다. 우리는 서둘러 정비를 하고 교육 준비를 했다. 8기수 위의 선배였던 선배는 강남라인 1진*이었고 사내 교육을 마치고 사건팀에 배치되면 사건팀 교육 간사를 맡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 사회부 사건팀은 서울(경기 일부나 인천까지 포함하기도 한다)을 여러 개 권역으로 나누어 '라인'이라고 부른다. 각 라인에 배치된 기자들 중 최고참을 1진, 그 아래를 2진 이런 식으로 구분한다. 사스 마와리라 불리는 수습기자들은 말진이다. '캡-바이스-1진-2진-말진'과 같은 방식의 수직적 구조로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의 서열이 나눠진다.


선배는 교육에 늦은 것에는 별다른 질타 없이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에 늦은 잘못은 있지만 교육 진행도, 우리를 대하는 방식도 이렇게나 딱딱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이날 저녁에는 뉴스 모니터링에 사건팀 선배가 들어왔다. 2기수 위의 혜화라인 1진 선배였다. 원래 모니터링에는 교육 간사나 부간사 선배가 들어왔었다. 두 분 모두 다른 일정이 있어서 사건팀 선배가 대신 들어온 것이었다. 모니터링을 마치고 선배는 우리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경찰 계급을 외웠는지 물었고 동기 장 기자만이 외운 계급을 대답했다. 제대로 답변한 장 기자에게 선배는 소방 계급은 외웠느냐며 또다시 질문을 했다. 장 기자마저 소방 계급은 외우지 못했고 선배는 우리에게 경찰과 소방 계급을 외워두라고 지시했다.


모니터에서 잠시 마주친 선배도 사회부 사건팀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를 풍겼다. 군대에서 자대 배치를 처음 받았을 때 곁을 주지 않으며 군기를 잡던 방식과 똑같아 보였다.


짧은 일주일의 교육을 마치며 마주친 바이스, 강남 1진, 혜화 1진 등 사건팀 선배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인사를 잘 받지 않았다. 2019년 처음 입사했던 회사에서 첫 출근 날 배치된 부처 처장과 면담을 했었다. 처장은 사회생활에서 인사가 가장 기본이라며 앞으로 출퇴근하며 인사만 잘해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었다. 처장님의 조언대로 인사만큼은 신경 써서 했고 첫 회사에서도, 두 번째 회사에서도 누구나 인사할 때는 웃으며 잘 받아주었다. 그러나 이들은 달랐다. 인사를 해도 눈길도 잘 주지 않았다.


그들은 언어는 단답형, 지시형이었다. 본인이 준비한 교육 내용 이외의 모든 대화는 단답형이거나 지시형이었는데 역시나 군대 문화 특유의 화법이었다. 말투에는 약간의 짜증도 담겨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분위기(?)를 잡았다. 수습기자들과 함께하는 그들은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수습기자 교육의 일환이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사내 교육에서 만난 사건팀 선배들, 사건팀에 배치되어 마와리를 시작했을 때의 선배들 모두 앞서 언급한 대로 흔히 알려진 기자만의 조직문화를 단면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점차 마와리 생활에 적응해 갔고, 우리를 대하는 선배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사스 마와리가 끝났을 때 선배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를 보았을 때는 내가 알던 선배들이 맞나 싶기도 했다.


쇳덩이 같던 바이스는 웃으며 인사를 하거나 장난을 걸어오기도 했다. 강한 인상의 강남 1진 선배는 내성적이었지만 취재현장에서 따듯하게 수습기자들을 감싸주었다. 모니터링에 들어왔던 혜화 1진 선배도 그저 장난기 가득하고 후배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선배였다. 마와리를 도는 내내 라인 단톡방은 경계 대상이었다. 2시간 단위 보고를 정시에 올리고 나면 이어지는 선배들의 지적과 교육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선배가 언제 어떤 지시를 할지, 질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라인 단톡방마저도 마와리가 공식적으로 종료되는 마지막 주에는 장난이 가득했다.


사건팀 생활을 마치고 정식으로 배치된 부서에서는 훨씬 자연스럽고 유연한 분위기를 경험했다. 함께 일정을 나갔던 영상취재 선배가 전에 다니던 직장에 대해 물으며 해준 이야기가 있었다. 기자가 다른 직종과 다른 점은 저연차에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데스커와 선배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이라고 했다. 짧은 생활이었지만 선배의 말이 맞았다. 내가 쓰는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 선배, 데스커와 소통하는 것은 수직적인 군대 문화가 아니라 더없이 수평적인 문화였다.


언론진흥재단 수습기자 교육에서, 마와리를 돌며 방송사, 통신사, 경제지 등 많은 타사 수습기자들을 만났다.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습기자를 교육하는 방식도, 수습기자를 대하는 태도도 전부 다르다. 조직문화도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수습들을 따듯하게 대해주는 회사도 있었고, 내가 겪었던 것보다 더 심해 보이는 곳도 있었다.


기자들의 세계에 수직적인 군대 문화가 있는 것은 맞다. 내가 겪었던 것처럼 교육의 수단으로 문화가 활용될 수도 있다. 이런 문화가 조직 내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곳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적응하기 어려운 문화일 수 있다. 하지만 기자라는 직종 전체의 특유 문화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직장인이다. 일반적인 직장에서 겪는 사람, 문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하나의 기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더 수평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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