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처음, 4년이 걸린 재회
기자와 PD 직군별로 나누어 진행된 사내 교육 첫 주에는 뉴스 모니터링 시간이 있었다. 7시에 시작하는 메인 뉴스를 회의실에서 모여 시청하고 모니터 한 내용을 정리해서 제출해야 했다.
내가 첫 출근했던 날, 모니터가 처음 시작된 날은 바로 회의실로 가지 않았다. 뉴스 PD가 스튜디오에서 직접 설명해주고 싶다며 우리를 불렀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뉴스가 시작하기 직전이었고 PD는 촉박한 시간 탓에 간단히 부조에 대해 설명해 줬다. (부조는 부조정실의 줄임말인데 뉴스 PD와 각 담당들이 스튜디오와 방송 송출 등 모든 것을 총괄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각각의 화면에 나오는 영상이 어떤 영상인지, 수퍼는 어떻게 들어가는지 등 여러 가지 설명을 해줬다. 사실 하루종일 긴장 상태였고 뉴스가 시작되기 직전이라 정신이 없어 어떤 말을 하는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부조가 좁아 10명의 동기들이 전부 서있기 힘들기도 했다.)
설명을 마친 PD는 실제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는 스튜디오에 우리를 데려갔다. 이미 뉴스가 시작된 후였기 때문에 앵커멘트 이후 리포트가 나가는 상황에서만 스튜디오에 들어가고 나갈 수 있었다. 이때가 김주하 선배를 처음 본 날이었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선배만 바라봤고 적막한 스튜디오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선배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었다. 다른 선배가 출연해서 김주하 선배와 함께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도 지켜봤다. 그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프로'였다. 멋있기도 했지만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TV에서나 보던 뉴스 스튜디오와 부조를 직접 보니 정말 방송기자로 입사한 게 실감이 났다.
동기들은 이 스튜디오가 처음이었겠지만 사실 나는 처음이 아니었다. 대학원생 시절이었던 2018년 공채 때도 필기에 합격해 카메라테스트에 올라갔었다. 입사한 2022년에는 일산에 위치한 스튜디오를 빌려 카메라테스트가 진행되었지만 2018년에는 회사에서 진행됐다. 그때 카메라테스트가 진행되던 곳이 바로 동기들과 함께 보고 있던 스튜디오였다. 언시를 준비하며 처음 필기합격을 했던 곳, 처음으로 카메라테스트를 봤던 곳에 이제는 최종합격해 실제 뉴스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2018년 카메라테스트 당시 응시자 대기실이었던 곳이 보도국 소회의실이었다. 사회부 옆자리에 소회의실 두 곳이 있는데 응시자들이 두 곳에 들어가 대기하다가 15분 정도의 시간 동안 30초 자기소개를 준비하고, 배부받은 리포트 원고를 읽으며 연습을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원고를 반납해야 했다. 이후 스튜디오로 내려가 순서대로 카메라 앞에서 PD의 지시에 따라 30초 자기소개, 원고 리딩을 진행했다.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전에 1번 카메라를 보고 말하면 된다고 얘기를 했는데 막상 들어가니 카메라가 여러 대였고 어떤 카메라를 봐야 하는지 몰랐다. 무작정 앞에 보이는 카메라를 보고 자기소개를 했는데 자기소개 이후 PD가 1번 카메라를 보라고 다시 지시했다. 알고 보니 나는 2번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리포트 원고 리딩은 잘 마쳤지만 카메라를 잘못 봤던 실수에 탈락을 예감했었다.
이때 최종합격을 하고 입사했다면 더 어린 나이에 기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이때 입사한 선배들은 하리꼬미의 마지막 세대였다. 하리꼬미는 수습기자들이 경찰서에 숙식하는 것을 말한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며 하리꼬미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덕에 나와 동기들도 마와리를 돌며 퇴근이란 것을 할 수 있었다. 선배들에게 전해 들은 내용으로는 하리꼬미를 하면 씻는 것조차 쉽지 않다. 새벽에도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일화로 한 선배가 다른 선배를 마주쳤는데 한껏 꾸민 것 같아 오늘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하리꼬미를 마친 선배는 "씻었어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출처: SBS 드라마 '피노키오'
2022년 공채 당시에는 카메라테스트를 더 편하게 볼 수 있었다. 2018년 첫 카메라테스트 이후 여러 곳의 테스트 경험을 쌓기도 했고, 혼자서도 쿠션을 자연스럽게 바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뉴스 톤도 잘 잡는다고 자신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때 동기인 장 모 기자가 함께 대기실을 썼었다. 이 동기는 대기실에서 리딩 연습을 할 때 내가 너무 잘해서 인상에 남았다고 했다. 동기에게 인정받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었다. (장 모 기자는 마와리 두 번째 라인을 함께 돌았는데 정말 의지가 많이 되었다. 장 기자에 대한 썰은 마와리 이야기에서 다시 자세하게 풀 예정이다.)
2022년 카메라테스트는 이전과 동일하게 응시자들을 여러 대기실에 나누어 입실시키고 원고를 나눠주었다. 다른 점은 자기소개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혹시 몰라 미리 자기소개를 준비하고 외워왔기에 조금은 허탈했다. 과거와 동일하게 원고를 받아 연습하고 원고를 반납했다. 이후 순서대로 불려 나가 줄을 서 있다가 한 명씩 스튜디오로 들어가 카메라테스트를 진행했다. 카메라는 한 대였고, 2018년과 같이 카메라 아래 전지에 원고를 써 붙여 놓았다. 예전에는 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며 원고만 보며 읽다가 마지막 멘트에서만 카메라를 봤었다. 이제는 많은 준비를 해왔고 매 문장마다 마지막 몇 마디는 카메라를 보며 읽을 수 있었다.
스튜디오 견학을 마치고 우리는 보도국 회의실로 향했다. 이곳에서 생방송 중인 뉴스를 보며 모니터를 했다. 처음에는 그저 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일종의 모니터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기자 직군의 특징인지 모르겠으나 어떤 일을 하더라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양식은 없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모니터 하고 어땠는지 써서 카톡으로 올려달라고 할 뿐이었다. 뉴스가 마친 뒤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한 후에야 퇴근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잠깐 이사 준비를 한 뒤 방송기자로서의 첫 일지를 작성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하루종일 긴장한 탓에 피곤했는지 곯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