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만 짧았던 혜화북부라인 마무리
입봉작 사건을 인지했던 날, 저녁을 먹은 뒤 혜화서로 이동했다. 입봉을 하라며 기삿거리를 주셨던 과장님이 당직이셔서 라인을 떠나기 전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단독이라고 할 만한 사건은 아니었는데 이마저도 타사에서 기사가 나간 상태였다.
과장님은 나보다 아쉬워하며 그래도 방송에서 더 해볼 수 있는 게 있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과장님은 늦은 저녁까지 고생한다며 커피와 도넛을 내어 주셨고 라인에서 마지막인 게 아쉽다며 기념품들도 챙겨 주셨다. 무작정 들이대던 마와리였는데 이렇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생기며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다음날 정말 혜북라인에서의 마지막인 주말 근무였다. 주말인 만큼 이날도 집에서 가장 가까운 혜화서로 향했다. 확인해 보니 이날 당직 근무도 자주 뵈었던 과장님이었다. 과장님은 항상 고생한다며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챙겨주셨었다. 항상 아침 일찍 나오는 것 같은데 밥을 잘 챙겨 먹으라며 구내식당 식권도 챙겨주셨었다. 이날도 마지막이라고 하니 아쉬워하며 음료와 과자를 챙겨주셨다.
주말에는 근무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보통 마와리를 돌다가 취재지원을 나가곤 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날씨 스케치 기사가 있었는데 현장 스케치와 인터뷰를 담아 오는 미션이 떨어졌다. 오전부터 같이 출근한 전국부 김 기자와 스케치할 장소를 물색했다.
다행히 기사를 쓰게 된 선배가 직접 스케치와 인터뷰를 다니겠다고 해서 나와 김 기자는 다시 마와리를 돌았다. 나는 혜화서에서 동대문서로 이동했다. 이날은 유독 반갑게 맞이해 주던 과장님들이 당직 근무를 하고 있었다.
동대문서에서도 회사에 와서 수습기자들 대상으로 교육도 해주셨던 과장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라인에 대해 이야기하니 종암서에 오랫동안 같이 근무한 후배가 있다며 본인 이름을 팔아 만나보라고 했다. 실제로 라인을 옮겨간 뒤 과장님 이름을 팔아 팀장님과 면담을 몇 번 했었다.
3시에 보고를 올리고 잘 맞아주시던 다른 과장님이 당직 근무 중인 중랑서로 향하려던 찰나였다. 핸드폰이 울리며 지시가 내려졌다. 전국부 김 기자와 뚝섬 한강공원 수영장에 나가 날씨 스케치 취재지원을 하라는 것이었다. 일정을 확인해 보니 영상취재 기자도 동기들이 나오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상취재 동기 둘은 서로 영상취재 기자와 오디오맨 역할을 바꿔가며 함께 일정을 다녔다.
어김없이 스쿠터를 타고 출근했기에 한강공원에 가서 스쿠터를 세워뒀다. 가장 먼저 도착해서 수영장을 둘러보았다. 수영장 한가운데 홀로 정장과 구두 차림으로 서있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 나도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뒤이어 동기들이 도착하고 스케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방송국 카메라가 보이자 아이들은 카메라 근처로 몰려들었다. 나와 김 기자는 번갈아 가며 시민 인터뷰를 했고 영상취재 동기들은 스케치 영상까지 담았다.
동기들은 회사로 복귀했고 나는 현장에서 퇴근을 하게 되었다. 마감보고를 하고 스쿠터에 가보니 과태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들이 세워져 있기에 주차를 했는데 주차 금지구역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속이 쓰린 채로 혜북라인 마지막 퇴근을 했다.
퇴근 후에는 대검찰청 기자단 모임을 갔다. 2015년에 대검찰청에서 블로그 기자단으로 활동했는데 당시 필진 열 명 정도가 아직까지도 매년 모임을 하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모임은 두목님(모임 내 둘째 형님)의 작업실에서 이뤄졌다. 작업실은 계곡 옆에 있었는데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다음날에는 혼자 계곡에 내려가 홀로 여름휴가 느낌을 가져보기도 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다가 홀로 남겨진 윌슨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냈다.
영등포라인에서는 3주가 정말 길었고 힘들었다. 혜북라인 4주는 힘들었지만 금세 지나갔다. 그리고 점차 성장해 갔다. 라인마다 특징도 다르고 선배들 성향도 다른 덕이 컸다. 본서 집착남 덕에 본서에 침투해 무작정 찾아다니는 노크맨이 될 수 있었다. 정보보고를 쓰는 실력도 늘었다. 광기 어린 눈빛을 가진 동기 장 기자와 함께하며 동기에게 배우기도 했다. 기자로서 처음 재난을 겪어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라인, 집회의 성지 광역 중부라인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