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가용인력의 두 번째 기사
항의 전화를 받은 다음날, 종로경찰서가 아닌 회사로 출근했다. 서울청 마약수사대 브리핑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뼈 선배가 이 브리핑을 내가 챙기고 기사를 쓰게 될 것이라며 회사로 출근해 대기하라고 했다. 가용인력이 되었다고 하더니 입봉 한 뒤 4일 만에 바로 총을 맞은 것이다.
전날 마신 술이 깨지 않았지만 일보를 작성해 올렸다. 보고를 마친 뒤에는 선배가 보내준 영상과 연합뉴스 기사를 바탕으로 보도정보 시스템에서 리포트를 쓰는 연습을 했다. 40분 만에 선배는 하던 일을 멈추고 영등포라인 1진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다. 서울청 직할대인 마약수사대는 위치상 마포라인, MBN 기준 광역 영등포라인 관할이었다.
영등포 1진 강 선배는 전화로 다른 라인에 넘겨서 정말 미안한데 내가 입봉을 했으니 계속 기사를 쓰며 연습을 시키려는 것 같다고 했다. 선배는 미리 받아둔 보도자료와 영상, 사진을 내게 보내줬다. 뼈 선배에게도 자료를 보냈고 선배는 현장에서 막히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전화를 하라고 했다.
곧바로 회사에서 영상취재 선배와 만나 출발했다. 차 안에서 미리 보도자료를 읽어본 뒤 스탠딩 멘트를 작성했다. 마포청사에 도착해 현장을 챙기는 동안 뼈 선배는 스탠딩 멘트를 수정해 줬다. 브리핑은 30분 정도 진행되었다.
질의 시간에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브리핑 워딩을 푸는 것이 우선이었다. 혜북라인에서 워딩을 정확하게 풀겠다며 늦게 보냈다가 선배에게 지적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빠르게 워딩을 치고 보고하는 게 급선무였다.
마와리 생활이 끝나고 복지부를 출입할 때는 여유가 생기니 현장 브리핑에서 많은 질문을 쏟아냈었다. 오히려 대변인실에서 시간 관계상 질문을 제한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사전질의나 온라인 질의를 했기 때문에 복지부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질문을 하는 나에게 고마워하기도, 관심을 가져 주기도 했다.
마약수사대 브리핑이 끝난 뒤 청사 앞에서 스탠딩을 했다. 입봉 하던 날은 지나치게 긴장하면서 스탠딩에서 NG를 많이 냈었다. 이제는 긴장도 되지 않았고 선배의 큐사인에 멘트도 술술 나왔다. 첫 번째 시도에는 마지막에 혀가 꼬여 NG가 났지만 두 번 만에 스탠딩에 성공했다. 영상취재 선배는 어떤 것을 쓸지 모르니 몇 개 더 따자며 두 차례 스탠딩을 더 진행했다.
뼈 선배는 일정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해 보고하라고 했다. 하지만 같이 일정을 나간 영상취재 선배가 같이 밥을 먹자며 데리고 갔다. 복귀 후에도 커피를 마시자고 해서 복귀 보고가 계속 늦어졌다. 마와리 생활을 하며 항상 시간에 쫓겨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여유를 부려도 되는지 불안했다. 다행히 뼈 선배는 영상취재 선배와 천천히 자리 마무리하고 보고를 해달라고 했다.(영상취재 선배가 뼈 선배보다 기수가 높았다.)
자리를 마친 뒤 카페에 앉아 타사 보도와 소방 확인을 먼저 했다. 그리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입봉 기사는 영상 인제스트부터 보도 정보 시스템에 기사를 올리고 각종 의뢰하는 작업들을 선배들이 해줬다면 이번에는 달랐다. 뼈 선배는 모든 작업들을 내가 먼저 해볼 수 있도록 지시했다.
혼자서 기사를 쓰고 DVE, CG도 의뢰하고, 인터뷰와 스탠딩 TC도 잡았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선배가 보내준 보도정보 시스템 사용 팁 자료를 보며 차근차근 해나갔다. 이 짧은 기사 하나를 쓰는데 이렇게나 많은 공을 들여야 하나 싶었다. 1시간을 넘기고서야 모든 작업을 마치고 선배에게 보고할 수 있었다.
선배가 기사를 수정하고 나는 다시 타사, 소방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이스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며 직접 내 기사를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회사 근처 카페에 있었는데 뼈 선배가 회사 1층 카페로 오라고 했다.
선배는 기사를 수정하며 보도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을 나에게 물었다. 내가 대답을 못하고 확인해 보겠다고 하니 선배는 말했다.
“보도자료로 기사를 써도 추가 취재는 필수야.”
보도자료와 브리핑 내용만으로는 완성도 높은 기사를 쓸 수 없다며 반드시 취재기자가 기사를 쓰며 추가적인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확인을 마친 뒤 선배는 기사를 어떻게 수정했고, 추가로 CG 작업들은 어떻게 했는지 직접 보여주며 설명해 줬다.
그렇게 수정 작업을 마치고 보도국으로 올라가 최종 데스킹을 받고 더빙을 했다. 엠바고 때문에 기사는 일요일에 나갈 예정이었다. 주말 근무가 없어 쉬고 있었지만 일요일이 되자 기사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걱정이 됐다. 집에서 보도자료를 다시 꺼내보고 기사 내용을 살펴봤다.
수치에 오타가 있었다.
수사계장이 “30여 kg”이라고 말한 것을 들은 대로 적다 보니 “36kg”이라고 기사에 쓴 것이다. 보도자료에 적힌 수치를 확인하고 브리핑 영상을 다시 돌려보니 ‘30여 kg’이 맞았다. 부랴부랴 뼈 선배와 1진 김 선배에게 연락했다.
이미 데스킹이 끝났었기 때문에 회사로 나가야 하나 걱정했다. 나는 초조했지만 선배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선배들은 영등포 1진 강 선배가 오늘 출근했으니 연락해 보라고 했다. 다행히 수사계장 sync 부분에 오타가 있었기 때문에 더빙을 다시 할 필요는 없었다. 강 선배도 별거 아니라며 곧바로 수정을 해줬다.
선배들에게 꼼꼼하게 챙기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다들 죄송할 일이 아니라며 다음부터 조심하자고만 했다. 뼈 선배는 실수하면서 배우는 것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막판 우여곡절을 지나 두 번째 기사가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재난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