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추억 여행기
75. 휘경동 이쁜이, 1999
시골에서 중소도시로 변모한 고향에서만 살던 내가
수도 서울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처갓집에 아이를 맡기면서부터.
수원에서 맞벌이 신혼생활을 하다가
서울 휘경동 장모님께 아이를 맡겼다.
유학을 다녀오면서
휘경동 연립과 아파트를 거쳐
아이와 함께 서울에서 몇 년 간 살았다.
외국어대학 정문 앞,
외대 전철역을 지나면 바로
나타나는 연립주택의 골목골목은
아이가 어릴 적 뛰어놀던 길이다.
아이는 아빠와 문방구와 슈퍼를 들락거렸고
포장마차에서 떡순튀를 같이 먹었다.
주말부부이거나 외국 유학 중인
아빠와 만날 때마다
아이는 손을 잡아끌고
집 앞 슈퍼나 문방구를 다녔고
초등학교 들어가 멋을 부릴 때는
동대문까지 가서 패션 쇼핑을 함께 했다.
이 좁디좁은 골목에는 장모님 연배
할머니들의 정담이 오갔고
중랑천 범람 옛날이야기도
굉음을 내고 지나는 경춘선 철도 소음도 함께 했다.
이제 연립 투성이 휘경동은 없다.
재개발 고층 아파트 밀림이 대체했고
아이 피아노 학원, 작은 약국, 구멍가게는
기억으로만 남았다.
십수 년이 흘러
'휘경동 이쁜이'로 불렸던 꼬마는
취준생이 되었고
어르신들 사랑방 주인 장모님은
고향 언저리 남해바다 앞에서
가끔 굴을 따시거나 밭을 일구신다.
강북 서울살이의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