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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Aug 26.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17. 맛집 단골 순례기-2:지상의 따듯한 밥 한 끼


어머니는 남에게 퍼주길 좋아하셨다.

특히 공장이 많은 우리 동네

고향 떠나 고생하는

공돌이 공순이 형과 누나들을

데려다 밥을 먹였고

뒷 밭에 고구마 열 고랑 심으면

2/3는 친척이나 주변에 나눔을 하셨다.

쪼잔한 나는 어릴적 그게 싫었다.

가난한데 남에게 베푸는 게 말이되나.


그러나

찌질한 큰아들 멀쩡히 사는 것도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는

학자 노릇도

그러고 보면 모두 어머님의 음덕이다.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으셨는데,

식당에서 메뉴를 먹어보고

카피해서 집의 대표 요리로 만들기도 하셨다.

그게 바로 해물탕이다.


각설하고,

식당도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파는 것이니

일종의  보시(普施)라고 생각한다.

공짜 밥은 아니나 따듯한 밥 한 끼는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다.



3. 돼지국밥

어떤 이는 일본 라멘의 부산물이라고도 하고

(고기 뼈 우린 국물)

어떤 평자는 전쟁 통 부산역 고된

노동자의 한 끼 식사라고도 했다.


부산의 수많은 돼지국밥, 말은 많지만

레시피가 동네마다 다르고 기호가 다 달라

딱히 어떤 집이 특별하게 좋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나는 좀 맑은 탕을 좋아하는데,

동부 터미널 근처 M국밥집을 자주 찾는다.

(터미널 특유의 그 맛없는 집이 아니라

터미널에서 1킬로 이상 떨어진 외진 곳이다)


부산사람들은 국밥이 나오면

부추를 잔뜩 넣고

또 어떤 이는 나오는

생마늘을 미리 넣어 놓는다.

그러면 마늘이 나중에 익어 고소하기도 하다.

칼로리는 엄청 날 것이다.


대개의 부산 국밥집들은

막걸리도 한잔씩 서비스한다.

아랫 지방만의 독특한 습관 같다.


처음 돼지국밥을 보고

허연 비계에 황당했던 기억도 잠시

이제 해장이나 점심에도 즐겨 찾는다.

후쿠오카 돈코츠처럼 진한 국물도

곰탕 같은 맑은 탕도 다 맛은 있다.


항생제나 강제사육이 줄어든다면

더욱 좋은 국밥 재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4. 고깃집

육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리고 자주 가지 않지만,

잊을 수 없는 고깃집이 있다.

전라도 화순의 고추장 돼지찌개는 마치 어머니가 끓여준 고향의 맛처럼 푸짐하고 맛나다.


대구의 J집인데

평소 내가 생각하던 제대로 된

식당 경영의 모델이었다.


일단 카운터에 인상 쓰고 있는 주인이 없다.

안주인과 어머님은 아예 출입금지란다.

밖에서 비지와 누룽지 만들어 

공수하는 역할만 맡긴다고 한다.


이게 참 중요한 것이

회사도 핏줄이 들어오면

종업원들은 상전이 늘어나는 셈이다.


가족끼리 하는 장사가 아니라면

친척, 가족의 영업장 출입은 금기사항이다.

여긴 공공의 노동현장이지

당신들 가족의 안방이 아니다.


주인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손님들과 한잔씩 하고

서비스 주고 그런다.

가게엔 웃음이 넘친다.

단골은 주인이 알아봐 주고

서비스도 받으니

가게 온 보람이 있다.

모시고 온 손님에게 속된 말로

'가오가 사는 것'이다.

 

평소엔 맛과 요리방법 연구에 몰두하고

가게를 종업원들에게 맡긴다고 한다.


수익이 늘어나면 종업원 인센티브도 준단다.


그래서 그런가.

힘든 고깃집 일에 모두 웃는 상들이다.

(내가 고깃집 알바만 3년 넘게 해서 고된 것을 안다)

손님들과 즐겁게 농담도 한다.

한 명도 중도에 그만두지 않는다고 한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식당이 망해가는데

이런 집을 좀 반면교사 삼았으면 좋겠다.

모델이 고깃집 고급 가든 아니냐고?

작은 김밥집도 앞 선 영업모델 '쌔빌렸다'.


역시 생산성은 주인이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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