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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Oct 08. 2021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51. 교복 애사(哀史)


나는 까만 교복세대로

만 4년을 입었다.

고2 때 교복자율화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읍내 시장에 교복을 사러 가면

엄마들은 족히 손목을 덮을

길이로 옷을 샀다.

 

키가 콩나물처럼 크는 시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검은 교복은 사실 일본 제국주의가

독일 군복을 패러디해 만든 것으로

목 금장 단추 등등 디자인은 멋진 옷이다.

 

하지만 교복이라서 문제인 것이다.

자라나는 미래 동량들에게

이 각진 교복은 너무 불편하다.

차라리 조선시대 성균관 학생들처럼 

도포자락 입게 해 달라!

 

가장 성가신 것은 통학 길

정문에서부터 시작된다.


게슈타포 같은 선도부들은

매의 눈처럼 우리들을 잡아 세워

뭐 트집 잡을 것 없나

일단 교복을 스캔한다.



걸릴 것이 20개도 넘는다.


1. 모자는 모표가 정위치인가?,

모자 안쪽 안감이 뜯어지지 않았는가?,

모자 안 쪽 이름표 제대로 써져 있나?


2. 목둘레 카라에 학교, 학년 배지와

안쪽 플라스틱 흰색 속 카라는 제대로 달려 있나?


3. 금색 옷 5개의 단추와

양 손목 단추 6개는 안녕하신가?


4. 바지통 둘레 길이는 적절한가?

바지 주머니를 혹시

날라리들처럼 가로 일자로 하지 않았는가?

바지 가운데는 단추 맞나?

(지퍼로 달면 매타작이다.)


5. 속옷은 런닝 팬티 흰색 입었나?


6.  검은색 운동화 신었나?

양말은 검은색인가?

가방은 국방색인가?


아침을 넘겼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일제 순사 같은 선도부 선배들은

밥 먹고 있는 점심시간에 들이닥쳐

한마디 한다.

"도시락 덮어, 이 ××× 들아~!"


예나 지금이나 학교나 군대는

우리들을 무슨

죄수 다루듯 한다.


암튼 긴장감 속에

밥 먹다 일어서서 교복을 점검받는다.


밥이 소화도 안됐는데,

어떤 친구들은 또 두들겨 맞는다.

이게 고작 40년 전 동아시아

민주공화국 중고등학교 풍경이다.


해서, 우리들은 늘 반짇고리를 들고 다녔다.

단추 달고 헤진 곳 꿰매야 하니까.


휴대용 반짇고리, 이미지 출처: NKI- 엔키노원주방 (nwkitchen.kr)


방학 중 소집에도

검은색 복장 이외 옷은 금지되었다.

 

도대체 옷과

공부가 인성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10년 전 딸이 중학교 다닐 때.

겨울 교복 위에 빨간색 파커 입고 갔더니

정문에서 선생이 규정 위반이라고 해서

벗었단다. 짜증을 낸다.

까만색 노스페이스 파카

사달라고 한다.


아직 아이들을 고작 색으로 통일하려는,

어른 아이 구분을 그깟

거지 같은 교복으로 통제하려는,

어른들이 안타깝고 애잔하다.


교복 안 입는 나라 아이들은 모두

불량 탈선 아이들인가?


그 까맣고 두껍고 불편한 옷 입고

대운동장에서 받은

제식훈련이 생각날 때마다

나는 다시 돌아간다면 자퇴하련다.

 

군복보다 불편했습니다,

교복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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