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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백 14화

영영

돌아오지 못하다...

by 이숙재

추석이 되어 엄마가 친정 오빠 집에 놀러 갔다.

엄마 드라이브 시켜드린다고 강화도로 가족 여행을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모처럼 엄마가 오빠 네랑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이상하게 안 좋은 일도 함께 오는지…….


다음 날, 큰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아무래도 이상하셔!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할 것 같아. 어제 강화도 갔다 온 게 너무 무리였나 봐!”

“……”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얼마 안 있어,

엄마가 119에 실려 병원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숨 쉴 새도 없이 모든 일들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남편과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하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원래 심장병과 각 종 성인병으로 하루동안 먹는 약만 해도 어마어마하던 엄마.

“심장과 폐가 많이 굳어져 있어요. 앞으로 점점 더 굳어지면서 갑자기 돌아가실 확률이 높아요.”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늘 듣던 말이다.


응급실의 수많은 환자들 틈을 비집고 재빠르게 엄마를 찾아냈다.

가뜩이나 본인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데 엄마는 온몸에 링거 병, 심장 초음파 기계 등등... 주렁주렁 달고 체크... 체크... 체크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얀 의사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주르르 병풍처럼 엄마 주위를 감싸고 있다.

“심장과 폐가 많이 굳어져 있어요. 앞으로 점점 더 굳어지면서 갑자기 돌아가실 확률이 높아요.”

역시나 똑같은 말이었다.


심장에 무리가 가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폐에 물이 차고 그로 인해 숨을 헐떡거리며 괴로워하는 엄마. ‘폐에 차 있는 물을 다 빼내고 말리면 괜찮아지실 거야!’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치 곧 돌아가실 것처럼 숨을 헐떡이는 엄마를 눈앞에서 본다는 것은 머리가 멈추고 심장이 멈출 만큼 무지 괴로운 일이다. 한두 번 이런 일들을 겪은 것이 아니라서 적응될 만도 한데…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가슴 먹먹함이 나를 짓누른다. 죽음 앞에서 재 꺼지듯이 사그라져 가는 엄마를 볼 때마다 저 상황을 내 손으로 막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많다. 하지만 모두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냥 아무 대책 없이 숨을 헐떡헐떡 거리는 엄마를 무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무능하게 … 대책 없이 … 무능하게 ……

그냥 폐에 차여 있는 물을 의학의 힘을 빌려 빼고 말리고 하는 일련의 일들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 나면 엄마는 다시 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얼마 안 있다가 조금만 무리한다 싶으면 또 폐에 물이 차고 숨을 헐떡이고......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결국 엄마는 병원에 또 입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 두 달……

잠시일 줄 알았는데 엄마는 그 길로 다시는 우리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긴 병원 생활에 들어 가고 말았다.

우리 집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영영......







* 표지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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