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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재 Feb 26. 2024

그래, 그러면 된다!

순리대로...  < Life 레시피 >

두 달 이상 글을 쓰지 못했다. 갑자기 어지러움증이 생겨 거의 누워있기만 했다. 물론 병원도 다녔다. 내과, 이비인후과, 신경외과, 안과 등 등...... 

결국 뇌 CT까지 찍었다. 

처음에는 찍을 생각이 없었다. 지인의 권유에도 ‘에이, 뭐 그렇게까지...’ 라며 귀, 눈, 피만 검사했다. 어디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어지러움 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어지러움이 내 안의 짙은 안개가 되어 내 온몸을 무겁게 짓눌렀다. 

하루에도 열두 번 다른 병원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잔뜩 엉켜버린 실타래마냥 속이 복잡하다.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뇌종양’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불안감이 천장을 뚫고 터져 버렸다. 


‘뇌종양이면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허둥지둥 허둥지둥…

병원으로 향했다. 


늘 죽음에 대해 초연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불길에 타들어가듯 초조해진 마음을 부여잡고 종종걸음으로 재빠르게 걸었다. 

바람이 불었는지, 해가 쨍쨍 났는지 도무지 아무 생각이 안 난다.


그리고

CT를 찍었다. 


“뇌가 아주 깨끗한 대요! 아무 이상 없어요.”

‘휴우~ 다행이다!’

‘그런데 왜 어지럽죠?’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단호한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더 이상 묻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듯하여 벌떡 일어나 병원을 나섰다.

아까와는 다르게 길에 늘어선 상점, 간판, 사람들, 가로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예쁘다는 생각까지 든다 ㅋ. 

그리고 집에 돌아와 잠이 들었다.




며칠이 지나도 어지러움 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지럽다... 괜찮다..., 왔다 갔다 한다. 변덕스러운 내 마음처럼 ㅋ. 

처음보다는 덜 어지러운 것 같지만. 진짜 덜 어지러운 건지, 어지러움 증에 적응된 건지 알 수가 없다.


알 수가 없다.


단, 알 수 있는 건 좀 어지러울 뿐 아직 멀쩡하다는 것! 

혹여 뇌에 문제가 있다면 지금쯤 병원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내린 결론,

(나 나름대로 극히 주관적인 생각. 자기 합리화 ㅋ)


‘아! 나이 들어가는 건가 보다!’

‘그런가 보다……’ 


아이들이 자랄 때, 한 번씩 아프고 나면 성장하듯이, 나는 이제 한 번씩 아프고 나면 늙는 건가 보다???

‘그렇겠구나!’

조금 슬프기도 하지만,

‘뭐 어쩌겠어! 자연의 순리인데…… 받아들여야지 ㅠ.’ 

나이가 들면서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순리’라는 단어에 금방 순응한다는 것!


그래! 

늙는다면 행복하게 늙어야지! 

그러면 된다!


어딘가 아프면 잠시 쉬어 가고, 

또 움직일 만한 에너지가 생기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또 아프면 잠시 쉬고, 또 움직이고…… 

순리대로 내 몸에 맞게 움직이면 된다! 

그러면 된다!


욕심껏 목표를 세울 필요도, 

바둥바둥 움직일 필요도, 

만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친구도 꼭! 반드시! 만날 필요도 없다. 

그냥 내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나 스스로 내게 최선을 다하고, 나 스스로 행복하면 된다. 


그걸로 됐다! 


그래, 그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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