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순이 어디 가니 >
추위가 어느새 사라지고 따스한 봄기운이 햇살 가득 거실 창문을 두드린다.
왠지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봄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은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들썩... 심장이 벌렁벌렁..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봄맞이하러 산책을 나가야 할 것 같았다.
겨우내 쓰고 다녔던 비니를 벗고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고 길을 나섰다.
‘와우, 정말 봄이네!’
가벼운 옷차림의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봄이 왔음을 실감했다.
갑자기 프랜차이즈 햄버거 집이 보였다. 집을 나올 때만 해도 전혀 계획에도 없던 일이었지만 공원을 가기 전에 ‘봄맞이 햄버거 먹기’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느닷없는 일이었지만 한동안 집밥만 주야장천 먹어댔더니 한눈에 확~ 당기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햄버거가 아닌 샐러드를 시키고 있는 나... 왜일까?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ㅎ. 하긴 언제나 변덕이 죽 끓듯 하니 뭐, 새로울 것도 없지 ㅋ. 오죽하면 마음이 ‘수시로’ 변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나를 “수시로”라고 부를 정도니 말 다했다 ㅋ.
어쨌거나 ‘봄맞이 샐러드 먹기’를 말끔하게 처리하고 공원으로 갔다. 아직 여름도 아닌데 잔디밭에 누워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와우, 정말 봄이네!’
정말 봄이었다.
봄이 왔다.
그림동화 <우리 순이 어디 가니?>에서 다람쥐가 순이에게 묻는다.
“우리 순이 어디 가니?”
나도 묻는다.
‘꽃이 언제 피니?’
‘조만간 ㅎ’
스스로 답을 하며 피식 웃어본다.
그림동화 속에 핀 꽃들은 아직 없지만 애완견과 산책을 즐기는 사람,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 삼삼오오 의자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도시 속 봄 또한 싱그럽고 좋다.
시끌시끌했던 마음을 뒤로한 채 넋을 놓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었었다.
오랜만에 즐기는 여유로움이 참 좋다.
봄이다!
* < 우리 순이 어디 가니 > (윤구병 글/이태수 그림, 보리 출판사,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