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 일기 2 >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엄마는 장사를 하느라 4남매의 육아는 외할머니의 몫이었다. 외할머니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 나를 데리고 매일 학교에 출퇴근(?)을 해야만 했다. 거의 1년을 하루도 빠지지 못하고 매일 ㅠㅠㅠ. 외할머니가 하루도 빠질 수 없는 데는 나의 이상한 행동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마치 외할머니가 손녀가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 감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 ㅠ. 외할머니가 그렇게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혹여 공부하다 말고 창문 너머로 외할머니가 보이지 않는 날이면 나는 앞뒤 가리지 않고 교실문을 박차고 나가 집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하늘이 무너진 듯 꺼억 꺼억 울면서 ㅠㅠㅠ... 그때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로 인해 망쳐진 수업 분위기라든가 화난 선생님의 표정 등...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외할머니를 찾아 냅다 달릴 뿐 ㅠㅠㅠ.
1년 중 어느 한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외할머니는 등교하는 나를 데리고 학교에 출근을 했다. 그리고 교실 밖 창문 너머로 손녀의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서서 교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예민한 촉을 갖고 있던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창문 너머 교실 밖을 쳐다보았다. 나의 촉이 맞아떨어졌다. 창문 너머에 있어야 할 외할머니가 사라지고 없는 거였다. 순간 회오리바람이 심장을 뚫고 들어와 내 온몸을 불안감으로 휘감기 시작했다. 나는 외할머니를 찾아 집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에게 혼이 나든 말든 그것은 내겐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우선은 내 안에서 요동치는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 외할머니를 찾는 길 밖에는 없었다.
‘그때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도 나의 그런 기이한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얼마 전, 심리 상담가인 친구에게 내 안에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약간의 불안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혹여 어렸을 때부터 내 안에 불안감이 있어 그런 행동을 한 건 아닐까?’라는 다소 합리적인 생각(무지 주관적이지만)으로 그 기이한 행동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안에는 불안감이 늘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있지도 않은, 벌어지지도 않은 일들을 생각하며 안절부절못할 때가 바로 그때이다.
마치 성경 속 사울처럼.
사울은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며 자기들을 지켜 줄 왕을 뽑아달라고 하나님께 떼를 쓰자 하나님께서는 베냐민 지파 중 믿음 좋은 사울을 택해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워 주신다. 그러나 하나님의 기대와는 달리 사울은 자신의 권력과 부, 명예에 매달린 나머지 하나님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된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아니 더 많이 누리기 위해 아등바등 몸부림친다. 그로 인해 그의 안에 불안이 엄습하기 시작한다. 더구나 하나님을 전적으로 믿는 믿음의 다윗을 만나면서부터 그의 불안은 점점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하나님께서 자기를 버리고 다윗을 이스라엘의 다음 왕으로 세우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는 이성을 잃고 만다. 급기야 우상을 섬기는 여인을 찾아가게 되고 결국 블레셋 전투에서 최후를 맞게 된다.
사울의 심정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내 모습 또한 그 안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조차 든다. 순간순간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내 안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을 억누를 수 없을 때가 있음을 고백한다. 때로는 그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다 보면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괴로울 때도 있다. 아주 작은 불안감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든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나 자신을 비하하기도 하고 자학하기도 한다. 끝없이 바닥 저 아래까지 나를 몰고 간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는 그런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내게 기도할 수 있는 힘을 주시고 위로해 주신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리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한복음 14장 27절)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립보서 4장 6, 7절)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배드로전서 5장 7절)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여호수아 1장 9절)
나는 내 안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마다 이제는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스스로 괴롭히지 않고 하나님께 맡길 줄 알게 되었다.
‘하나님,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하나님!’이라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손을 붙잡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지면서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불안감이 결코 좋을 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또 무조건 나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불안감으로 인해 주변을 더 세심하게 민첩하게 바라보고 그에 합당한 대처를 빨리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사울처럼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우상을 섬기는 등, 어리석은 일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오직 하나님과 늘 동행하며 그분의 뜻을 따라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평강의 하나님, 위로의 하나님, 언약의 하나님께서 내 안의 불안을 행복으로 이끄시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https://youtu.be/tNG-MeiWdWc?list=RDtNG-MeiWdWc
* 표지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