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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계획

< 신앙 일기 2 >

by 이숙재

2018년 12월 9일 오후 7시경.

그날 왠지 모를 불편하고도 생경한 분위기가 아직까지 느껴진다.


어둠이 어스름하게 깔리고, 여기저기 화려한 네온사인이 켜지기 시작하고, 검푸른 하늘빛 아래 듬성듬성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깔깔대며 웃어대는 웃음소리 속에서 왠지 모를 싸한 서늘함마저 느껴졌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불편한 감정이 내 온몸을 휘감았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이상야릇한 느낌에 매일 다니던 익숙한 거리마저 다른 세상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분명 땅바닥을 밟고 걸어가고 있는데... 두 발에 전해오는 땅바닥의 느낌이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빈 택시가 나를 발견하고는 서서히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탈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약속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일부러 서서히 갈 필요가 있어 택시를 흘려보내고 이내 버스를 기다렸다. 몇 번 버스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은 기억난다. 군데군데 빈자리도 있었다. 자리에 가서 앉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몇 정거장 안 가서 내릴 텐데… 서서 가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버스 앞쪽에 자리를 잡고 서서 손잡이를 잡았다.

다음 정거장에서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 버스가 섰다. 버스 안의 빈자리들이 채워져 갔고, 내 옆에는 아주머니 둘이 자리하고 섰다. 그 두 사람은 아마도 친구인 듯 연신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버스의 뒷문이 닫히고 다시 버스는 버스전용차선을 달리기 시작했다. 버스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웃음소리를 싣고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분 지났으려나... 갑자기 버스 안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어… 어… 어…”

나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버스 앞 커다란 창을 바라보았다.


순간이었다.

버스전용차선으로 하얀 자동차가 들이닥치더니 그만 내가 탄 버스와 쾅! 부딪치는 거였다.

쾅! 쾅! 쾅!

버스와 자동차가 부딪치는 순간 관성의 법칙으로 인해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앞으로 확~ 쏠렸다.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서 있던 사람들의 괴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순간 버스 안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내 두 다리였다.

버스가 앞으로 쏠리자 내 옆에 서 있던 두 아주머니가 넘어졌다. 그리고 한 아주머니의 넓은 등이 내 두 다리를 순간 휩쓸고 지나갔다. 내 두 다리가 뚜둑! 뚝! 부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통닭을 먹을 때 닭다리의 관절을 일부러 꺾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그래서 지금은 관절을 부러뜨리면서까지 통닭을 먹지 못한다).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내 의지에 전혀 상관없이 내 두 다리가 뚝! 하고 부러지고 만 것이다. 잠시 후 119가 도착했고 나는 들것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그리고 몇 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4개월 동안의 긴 병원 생활에 들어갔다.


걷기 위해 열심히 재활 치료도 받았다.

감사하게도 지금은 휠체어에서 벗어나 두 다리로 걸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한계는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100M 달리기를 잘한다고 선생님께 칭찬받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뛸 수가 없다. 아니 뛰고 싶지만 내 두 다리가 뛰지를 못한다 ㅜㅜㅜ. 또 계단을 오르내린다는 것이 내게는 힘겨운 일 중에 하나이다ㅜㅜㅜ. 또 쭈그리고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또 트라우마 때문에 버스를 아직 못 탄다 ㅜㅜㅜ. 어떻게 보면 장애인이 아닌 장애인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ㅜㅜㅜ.


아직까지 궁금한 게 있다.

‘왜 내 삶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때론 이런 생각도 한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아직까지 답을 못 찾았다.


그러나,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 반드시 있을 거야!’라는 확신은 생겼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하나님을 믿는데 왜 그런 안 좋은 일이 생겨?”라고 물을 것이다. 근데, 단연 간 믿음 생활을 해 본 결과 믿음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 ㅠ. 단, 안 좋은 일에 몰입하면서 나 자신을 갉아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 또 ‘뭔가 하나님의 뜻이 있겠지...’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평온하게 지낸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감사’하기에 이르기까지 한다는 사실 ㅎ. 나는 아직 이 경지에까진 도달하진 못했다ㅜㅜㅜ(아... 나도 감사할 일이 있다. 아마 두 다리를 다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꾸준히 운동을 하진 않았을 거다. 천성적으로 운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ㅜㅜㅜ. 그러나 걷기 위해 이 삼복더위에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운동 중이다 ㅎㅎㅎ. 덕분에 두 다리에 근육이 빵빵한 편이다).


감사할 일이다^^

교통사고라는 안 좋은 일로 건강에 좋은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어 감사하다.

반드시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계획’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내일도...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다.


우상에 쪄든, 물질과 쾌락에 빠져 온갖 죄악을 저지른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애끓는 탄식을 하셨던 하나님. 그래도 그들을 사랑하시는 마음에 그들을 놓을 수 없으셨던 하나님. 그런 하나님께서 나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 따르다 보면 어느새 나의 질문에도 하나님의 답이 달리게 될 것이다 ㅎ. 나의 삶에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이 있다는 것을...


이 언약은 내가 너희 조상들을 쇠풀무 애굽 땅에서 이끌어내던 날에 그들에게 명령한 것이라 곧 내가 이르기를 너희는 내 목소리를 순종하고 나의 모든 명령을 따라 행하라 그리하면 너희는 내 백성이 되겠고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리라

내가 또 너희 조상들에게 한 맹세는 그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리라 한 언약을 이루리라 한 것인데 오늘이 그것을 증언하느니라 하라 하시기로 내가 대답하여 이르되 아멘 여호와여 하였노라(예레미야 11장 4, 5절)


https://youtu.be/_z6z9sdt4js?list=RD_z6z9sdt4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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