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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순> 계절이다!

<고구마순 & 생삼치 조림> - Life 레시피 -

by 이숙재

아마도 이맘때쯤 일 거다. 지금은 친정부모님 모두 다 돌아가셨지만, 우리 집에서 함께 살게 된 두 분은 이맘때쯤이면 마당에 앉아 커다란 바구니 가득 담긴 고구마순을 까고 까고 또 까고… 아침 먹고 시작해서 거의 한나절 고구마순만 까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셨다. 두 분은 사위가 좋아한다는 그 이유 하나로 고구마순을 힘든 줄 모르고 까고 까고... 까셨다. 손톱이 새까맣게 물드는 것쯤은 아무 상관이 없는 듯했다. 그냥 막내 사위가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고구마순을 깔 때는 싸우지도 않고 마냥 행복해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평상시에는 그리 사이가 좋지 않다가도 희한하게 고구마순을 깔 때만은 사이가 좋아 보였다 ㅎ.


이맘때쯤이면 그 두 분의 다정하던 모습이 참 그립기도 하다.


마트에 갔다가 고구마순을 발견했다. 그러나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다. 손톱이 새까매질 생각을 하니 왠지 마음속에서 자꾸 밀어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때가 아니면 또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큰 용기를 냈다. 돌아서서 또 후회할 것 같은 마음에 고구마순 한 다발을 장바구니에 휙~ 던져놓고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고구마순’ 하면 ‘손톱이 새까매짐’이라는 공식이 있는 것처럼 피하고도 싶었지만, 그래도 친정부모님의 사위인 내 남편이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ㅎ.


남편이 출근하자마자 나는 마치 <고구마순 껍질 까기> 대회라도 나갈 듯 커다란 볼 3개를 챙겼다. 볼 하나는 고구마순 껍질을 까지 않은 것, 또 다른 하나는 고구마순 껍질을 깐 것, 또 다른 하나는 고구마순 껍질을 담을 용도로 말이다. 그리고 TV를 켜고(예능 위주로... 너무 고상한 프로그램은 고구마순을 집중적으로 까는데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그냥 웃고 지나갈 수 있는 담백한 프로그램으로 선정) 소파에 앉아 가장 최적의 동선을 찾아 볼 3개를 놓았다.


그리고 기~~~ 인 <고구마순 까기>에 돌입했다.

가끔 소파에서 일어나 ‘허리 펴기’ 운동도 해줘야 탈이 안 난다 ㅋ. 사실 우리 아버지, 엄마가 까시던 양에 비하면 1/10 정도 밖에는 안 되지만 ㅋ. 손톱이 까매져서 탈이지 사실 고구마순을 까다 보면 은근히 재밌기도 하다. 붉은빛을 띠던 고구마순이 연두 빛으로 속살을 뽀얗게 내민다. 긴 고구마순이 한 번에 쑤욱~~~ 옷을 벗을 때는 쾌감마저 느낀다. 생물과 함께 맛있게 조려질 <고구마순 조림>을 생각하다 보면 입가에 군침이 쏴~악 돈다. 그 맛에 이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는 것 같다 ㅎ.


이번에는 ‘갈치’ 대신에 ‘삼치’를 샀다.

껍질을 다 깐 고구마순과 생삼치를 넣고 지글지글 보글보글 끓여 오늘 저녁 한상을 차릴 것이다 ㅎㅎㅎ.


고구마순은 어떻게 까요?


사실 고구마순이 까져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걸 사용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돌아가신 우리 엄마가 들으면 “내가 까 줄 테니 어서 가져와!”라고 하시며 신나게 까 주실 테지만... 그럴 수 없는 노릇이고ㅠㅠ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손톱이 새까매지는 것도 단점이고 하다 보니 그냥 좀 편하게 살자 주의 ㅎ. 개중에는 “그렇게 힘들면 안 해 먹고 말죠!”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또 싫고 ㅎ. 너~~~ 무 맛있기 때문에 ㅎㅎㅎ.

고구마순 까는 방법은, 사실 나보다 인터넷에서 잘 알려 주기 때문에 여기서는 패스~~~


지난번 <Life 레시피>에 <고구마순&갈치조림>을 참고하면 된다. ‘갈치’에서 ‘생삼치’로 바꾸었을 뿐 요리 방법은 똑같다. 아.. 이번에는 냉장고에 버섯 종류가 많아 함께 사용했다(생각보다 아주 잘 어울렸다).


https://brunch.co.kr/@child-v/62



* 표지 사진 : 티스토리 > 글루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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