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꽃게탕>

가을맞이 <Life 레시피>

by 이숙재

마트에서 꽃게를 할인하길래 일단 앞뒤 가리지 않고 샀다. 아직 한 번도 <꽃게탕>을 해 본 적이 없어 약간은 자신도 없었지만, 사실 다 먹고 난 뒤에 쓰레기더미처럼 쌓인 게 껍데기를 치울 생각에 엄두가 나질 않았다. 집안 가득 베이는 냄새 또한 한몫했다.

마트 가득히 울려 퍼지는 ‘가을 꽃게가 맛있습니다!’라는 소리에 고민 고민하다 끝내 이기지 못하고 꽃게 가까이 갔다. 그런데 애매하게 꽃게가 3마리씩 포장되어 있었다. 먹을 사람이라곤 남편과 나, 두 사람뿐인데… 좀 난감했다.

‘어떻게 해야 사이좋게 나눠먹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두 팩을 사면 6마리인데… 다 먹자니 버겁고 ㅠㅠㅠ’

‘남편은 꽃게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어쩐담…’

3마리씩 포장된 게 무리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지. 내가 2마리, 남편이 1마리 먹으면 되지, 뭐…’

그렇다. 남편은 꽃게 같은 해산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2마리 먹는다고 해서 섭섭해하지는 않을 테니 ㅎ.


어쨌거나 꽃게 3마리를 사다가 지글지글 보글보글 <꽃게탕>을 끓였다.

그런데, ‘얘네들은 왜 색이 변하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갑자기 생겼다. 마치 부끄러울 때, 민망할 때 얼굴이 빨개지는 것처럼 보글보글 끓는 냄비 속에서 점점 빨갛게 빨갛게 변해갔다.

‘얘네들은 뭐가 부끄러울까? 아님 민망할까?’

하긴 나라도 벌거벗은 상태로 뜨거운 냄비에서 욕탕을 하고 있는 것을 누군가 보고 있다면 부끄럽기도 민망하기도 하겠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시~원한 < 꽃게탕 >을 만들어 볼까요!


* ‘꽃게’란 이름은 원래 ‘곶게’로 불리다가 점차 ‘꽃게’라는 이름으로 변한 것이라 한다. ‘곶게’의 첫 자 ‘곶’은 가시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꽃게의 등딱지 부분이 마치 바다로 튀어나온 육지 ‘곶’을 닮아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꽃게탕>을 만들기 위해서는요, 이런 게 필요해요.


꽃게 3마리, 무 100 g(미리 육수에 살짝 익힌 것), 양파 반 개, 애호박 반 개, 송송 썬 대파, 양념장, 이 외에 두부나 버섯 등을 자유롭게 넣어도 ok!


<꽃게탕>에 국물이 되어 줄 ‘육수’를 만들어 주세요.


아래 링크에 소개된 ‘육수’에 무를 넣고 무가 살짝 익을 정도로 더 끓인다. 이 부분은 생략해도 되는데, 무를 넣고 육수를 내면 국물 맛이 훨씬 더 시원해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권장한다.


https://brunch.co.kr/@@3iaI/7


미리 양념장을 만들어요.


양념장을 맛있게 만들기 위한 재료는요…


육수 50g, 국간장 1 밥숟가락, 고춧가루 2 밥숟가락, 된장 1 찻숟가락, 빻은 마늘 1 밥숟가락, 빻은 생강 1 찻숟가락, 표고버섯 가루, 후춧가루


‘꽃게’를 깨끗하게 세수시켜 주세요.


전복 같은 해산물을 닦는 솔로 꽃게의 구석구석을 잘 닦아준다. 바닷물에서 옮겨온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본격적으로 <꽃게탕> 요리 시작!


1. 커다란 냄비나 폭이 깊은 전골냄비에 미리 만들어 놓은 육수를 붓는다.

육수의 양은 냄비 크기에 따라 다른데, 대략 냄비의 반 정도의 양이면 적당하다.

2. 1에 양념장을 풀어놓는다.

3. 2의 육수를 끓인다.

4. 3의 육수가 팔팔 끓으면 거기에 꽃게, 양파, 두부 등을 넣고 뚜껑을 닫고 끓인다.

5. 4의 꽃게 등껍데기가 빨갛게 무르익을 때 송송 썬 대파를 넣고 약 30초만 더 끓이면 시~~~ 원한 <꽃게탕>이 완성된다.

과연 남편이 한 마리???




내 생각대로 남편이 꽃게 3마리 중에서 과연 1마리만 먹었을까요?

아니... 아니에요!

난 1마리 밖에 못 먹었어요 ㅎ, 남편이 2마리 먹느라ㅎ.


그동안 남편이 꽃게를 싫어한다고 생각한 것은 내 편견이었다 ㅎ.

나는 궁금해서 남편에게 물었다.

“그럼, 그동안 왜 꽃게를 잘 안 먹었어?”

그랬더니 남편이 하는 말,

“살 발려 먹기 귀찮아서... ㅎ”


으이그... 뭐라는 거야, 정말!


꽃게 2마리를 정말 게눈 감추듯이 잘 발려 먹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딸 밖에 없는 내게 아들이 생긴 줄 착각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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