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한 김치찜으로 재탄생 < Life 레시피 >
작년 겨울, 아는 지인으로부터 김치 한 통을 선물 받았다.
그것도 연세가 90이 다 된 어르신이 담가놓은 김치라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감사했다.
친정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집에서 직접 담근 김치, 그중 배추김치는 내게는 아주 귀한 음식 중에 하나이다(사실 나도 담글 수는 있는데 남편이 애써 하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바라 ㅎ… 나를 위함인지 본인을 위함인지 헷갈리지만 ㅋ).
김치를 받자마자 돼지고기 수육을 해서 참 맛나게도 먹었다.
친정 엄마가 해 주시던 감칠맛 나는 김치, 그맛이었다.
그런데 한 달이 안 되어 김치통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만 배추가 무른 것이다.
사람들은 소금이 문제라고, 배추가 문제라고…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지만 정말 김치가 무르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ㅠ.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김치를 담가봐도 어떤 때는 멀쩡하다가 또 어떤 때는 무르다가 ㅠ, 도통 알 수가 없다. 김치만 정확한 답을 알 수 있을 텐데 김치는 대답을 안할 테고, 참 답답한 노릇이다.
김치냉장고를 열 때마다 ‘저 김치 버려야 하는데…’라고만 생각했지 쉽게 버릴 수가 없었다. 맛도 당연히 있었지만, 사실 그보다 90이 다 되신 어르신이 만드신 귀한 김치라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김치 버려야지!’
이 생각을 하고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김치통 뚜껑을 열어보았다.
‘어, 조금 무르긴 했지만 아직 괜찮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시긴 했지만 김치 맛도 여전히 맛있고, 좀 무르기는 했지만 김치의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
갑자기 버리기가 아까웠다.
‘이 무른 김치를 다시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 그래! 김치찜!’
어차피 <김치찜>은 돼지고기 듬뿍 넣고 김치가 무르도록 오래도록 뭉근하게 끓이는 음식이기 때문에 딱!이었다.
‘심폐소생술로 무른 김치를 얼큰한 김치찜으로 재탄생시키는 거야!’
‘Good! Good! 아주 좋아!’
‘김치찜’, 정말 좋은 생각이었다.
그 길로 돼지고기를 사기 위해 마트로 달려갔다.
조각조각 썰어놓은 고기보다 크게 한 덩어리로 잘라놓은 앞다리살 500g을 서슴없이 샀다.
나오는 입구에서 가래떡도 한 묶음 샀다.
큼직큼직하게 썬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넣고 묵은 김치 2 포기를 넣고 쫄깃한 가래떡도 넣고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먹어야겠다(물론 이웃과 나눠 먹기 위해 많이 함 ㅎ). 잘 익은 김치 한 조각에 큼직한 돼지고기를 돌돌 말아 한 입에 꿀꺽 ㅎ. 거기에다 쫄낏쫄깃한 가래떡을 씹노라면... 아,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ㅎ. 입안에 침이 한가득 고인다.
심폐소생술로 다시 태어날
얼큰한 김치찜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
묵은 배추김치 2 포기(배추 한 통), 돼지고기 500g, 가래떡 1줄, 양파 1개, 대파 1개, 청양 고추 1개, 다시마 큰 것 한 장, 생수
얼큰한 김치찜의 수호신, 양념장! 재료들,
진간장 2 밥숟가락, 고춧가루 2 밥숟가락, 표고버섯 가루, 후춧가루, 조청 1 밥숟가락, 생강 2 찻숟가락, 마늘 빻은 것 2 밥숟가락
얼큰한 김치찜을 만들기 위해,
1. 먼저, 큰 냄비에 식용유와 참기름을 넣고 양파와 돼지고기를 볶아준다.
이 과정을 거치면 김치찜의 풍미가 더 진하게 우러나기 때문에 가능하면 하는 게 좋다. 이때 돼지고기는 잘게 썰지 말고 큼직큼직하게 넣어 김치찜을 먹을 때 그 자리에서 썰어 먹는 것이 더 맛있는 것 같다. 느낌이겠지만, 시각적인 효과도 노리는 게 요리의 근본이랄까 ㅋ.
2. 묵은 김치 2 포기를 1/2로만 크게 잘라 1에 넣는다.
3. 2에 자른 다시마와 대파를 넣는다.
4. 미리 만들어 놓은 양념장을 3에 넣고 양념이 잘 배이도록 골고루 섞는다.
5. 생수를 4의 재료가 잠길 정도로 붓는다.
6. 센 불에서 5가 끓으면 불을 중간 불로 바꾼 뒤, 약 20~30분 정도 더 끓인다.
7. 돼지고기가 다 익었을 때 어슷 썬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고 마무리한다.
무른 배추김치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