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레시피 >
딸의 생일날이다.
다른 날 같으면 미역국과 딸이 좋아할 음식들을 만들기 위해 분주했을 텐데 주인공인 딸이 없다.
생일날 딸은 베트남에서 학교 친구들과 여행을 신나게 즐기고 있을 것이다.
늘 가족과 함께 한 딸의 생일날.
주인공 없이 남편과 둘만 있다는 것이 가슴 한구석 허전함마저 든다.
앞으론 이런 날이 더 많을 텐데 이것 또한 익숙해져야지 ㅠ.
미역국을 끓이기도 그렇고, 안 끓이자니 뭔가 허전하고... 참, 이상하다.
생일날 아침 일찍 분주하게 미역국을 끓였는데…… 늘 해오던 일을 안 하려니 정말 이상하다.
앞으로 더 많아질 이런 류의 허전함에 빨리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한 줄로 선명하게 그어진다. 마치 ‘밑줄 쫘악 ------’ 하며 꼭 기억하라는 듯이.
어느 날 문득 딸이 “엄마가 끓이는 미역국은 정말 어디서도 먹을 수 없이 너무 맛있어요! 이 미역국 어떻게 끓이는지 레시피 적어 주세요!” 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그래, 알았어!” 그때 흔쾌히 대답을 하고선 금새 까먹고 말았다.
‘지금이다!’ 라고 생각하며 노트북을 켰다.
한 자 한 자 글로나마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혼자 남게 될 딸을 위해 자세히, 꼼꼼하게 적어 내려갔다.
엄마가 없을 때,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이 먹고 싶을 때,
엄마가 그리울 때,
혼자서도 끓여 먹을 수 있도록 글로 남기기로 했다.
딸에 대한 엄마로서의 나의 마지막 임무라 생각하고, 유산으로 남겨야겠다는 얼토당토한 사명감(ㅋ)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Life 레시피>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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