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삶기 < Life 레시피 >
♪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옥수수 알 길게 두 줄 남겨 가지고
우리 아기 하모니카 불고 있어요
도레미파솔라시도 소리가 안 나
도미솔도 도솔마도 말로 하지요 ♪(홍난파 작곡/윤석중 작사)
남편과 나는 아~주 많이 다르다.
신앙관과 가치관, 삶의 목표는 거의 똑같지만, 그 외에는 거의 다 다르다.
옥수수를 먹으면서도 남편과 나는 너무나 다르게 먹는다.
나는 동요 속의 가사처럼 ♪옥수수 알 길게 두 줄 남기면서♪ 아주 깔끔하게 정돈되게 먹는다.
동요 속 가사처럼 이제는 옥수수로 하모니카를 불 정도로 순수함은 없지만 ㅠ, 줄을 맞춰 옥수수를 발려먹어야 기분이 좋다. 그 이유는 나도 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설명할 수가 없다 ㅋ. 또한 옥수수 씨가 옥수수 대에 붙어 있는 꼴도 못 본다. 혹여 옥수수 대에 노란 씨가 붙어 있기라도 하면 손가락으로 파서라도 기어이 먹고 만다. 손가락으로 안 될 때는 젓가락이라도 사용해서 깨끗하게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남편은 (내가 보기에는) 정~말 지저분하게 먹는다.
줄을 맞추기는커녕 누가 뺏어 먹기라도 하는지 우적우적 우적우적 정신없이 마구 먹는다. 씨가 옥수수 대에 여기저기 박혀 있어도, 입가에 붙어 있어도, 바닥에 떨어져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옥수수 먹는 데만 집중한다. 본인이 그렇게 먹겠다고 하니 뭐라 말할 순 없지만 ㅜㅜㅜ…
근데 문제는 옥수수를 먹는 양이다.
예를 들면, 그릇에 옥수수 4개가 있을 때 남편과 같이 먹다 보면 나는 남편의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에 늘 남편보다 덜 먹게 된다 ㅜㅜㅜ(물론 남편은 처음부터 더 먹겠다고 우격다짐하는 것은 아니다. 먹다 보니 나보다 본인이 더 먹고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 ㅋ.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ㅎ).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각각의 접시에 두 개씩 배분을 해 놓는 것이다.
남편은 자기 것을 다 먹고 나면 절대로 내 것을 탐내거나 치사하게 기웃거리지는 않는다. 딱 손을 놓고 내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딴 일을 한다. 어쩌다가 내가 배가 불러 “더 먹을래?”라고 하면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도 돼~”하면서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남편과 내가 옥수수 먹는 방법은 다르지만, 둘 다 옥수수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얼마 전에 강원도 원주 산지에서 직접 공수해 온 옥수수 40개를 삶아 냉동실에 소분해 두었다. 꽁꽁 언 옥수수 4개를 해동시켜 남편과 저녁에 사이좋게 먹어야겠다 ㅎㅎㅎ.
< 옥수수 삶기 >
* 옥수수를 삶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얼마나 삶아야 하는가?’이다.
누구는 20~30분 삶아야 한다고 하고, 또 누구는 40~50분 정도 삶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의견이 분분하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일단, 옥수수를 수확한 시기가 언제인지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예를 들면, 옥수수 밭에서 막 따온 옥수수 라면 약 20~30분 정도만 삶아도 충분하다. 하지만 마트 같은 곳에서 산 옥수수라면 약 40~50분 정도 삶아야 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산지에서 막 가져온 것은 옥수수 알이 아직 마르지 않고 수분 기가 있어 조금만 삶아도 되지만, 유통기한을 거친 옥수수는 대개 옥수수 알이 말라 수분 기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옥수수를 삶기 위한 재료들을 보면,
옥수수 20개, 물(옥수수가 다 잠길 정도의 양)
* 시중에서 삶아서 파는 옥수수는 대부분 소금과 뉴슈거 같은 첨가물을 넣어 함께 삶는다. 하지만 나는 옥수수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어 물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삶는다.
구수하게 본연의 맛을 살린 <옥수수 삶기>
1. 옥수수의 껍질을 다 벗기지 말고 3, 4장 남겨두고, 옥수수수염 채 큰 냄비에 담는다.
*옥수수 껍질과 옥수수수염에서도 단물과 옥수수의 구수한 맛이 우러나오기 때문에 함께 삶는 것이 좋다.
2. 1에 옥수수가 푹 잠길 수 있도록 물을 붓는다.
3. 처음에는 센 불에서 끓이다가 펄펄 끓으면 중간불로 조절하여 옥수수가 익을 때까지 끓인다.
4. 다 익은 옥수수를 채반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다.
* 20개의 옥수수를 한 번에 다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조금씩 먹을 수 있도록 소분해서 냉동 보관해 둔다. 옥수수를 먹고 싶을 때마다 찜통에서 약 10분 정도만 다시 쪄서 먹으면 아주 맛있다. 또는 실온에서 해동시킨 후 가스 불에 구워 먹으면 색다른 맛으로 옥수수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