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망 콩국수 < Life 레시피 >
어멋! 오늘이 말복이라네!
초복, 중복, 말복, 삼복더위라는 단어에 그리 민감하지 않는 편이라 무심하게 거의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요즘 더워도 너무 더워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달력에서 날짜를 짚어 본다 ㅎ.
삼복더위에는 삼계탕 집에 불이 난다고 한다.
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터라 삼계탕은 물론이거니와 닭으로 한 요리는 별로 즐겨하지 않는 편이다. 요리를 하는 사람이 닭 요리를 별로 하지 않으니 우리 가족 모두 닭 요리를 많이 얻어먹지 못한다 ㅠ.
남편은 삼계탕에 대해 얽힌 사연(?)이 있어 거의 삼계탕을 먹지 않는다.
함께 살던 친정 엄마가 사위 위해 삼계탕을 끓인 적이 있다. 친정 엄마는 뭐든 많고 큰 것을 좋아하는 터라 그날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닭을 사다 삼계탕을 끓였다. 그렇게 큰 닭은 아마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인 듯 ㅋ. 어디서 그렇게 큰 닭을 샀는지 참, 재주도 좋다. 큰 냄비가 꽉 차도록 어마어마하게 큰 닭을 수삼과 마늘을 듬뿍 넣고 푹푹 삶아냈다. 나는 워낙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오로지 사위만을 위한 보양식이었다. 그리고 사위 앞에 앉아 사위가 얼마나 잘 먹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니 남편도 장모가 끓여준 삼계탕을 아주 맛있게, 아주 복스럽게 먹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문제는 큰 오리만 한 닭으로 끓인 삼계탕은 먹어도 먹어도 끝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장모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배부르다고 숟가락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남편은 친정 엄마가 보는 앞에서 그 큰 닭 한 마리를 다 해치웠다.
“어머니, 너~ 무 맛있었어요! 역시 어머니 음식 솜씨는 최고예요!”
“그래! 잘 먹었다니 내가 행복하네!”
친정 엄마는 사위가 깨끗이 비운 그릇을 들고 신나게 설거지하러 갔다.
방에 들어온 남편이 내게 엄마가 들을 새라 개미 소리로 조용히 말한다.
“여보, 나 너~무 배불러! 끄~억! 나 다신 삼계탕 못 먹을 것 같아!”
쯔쯔쯔…
참, 엄마를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꾸역꾸역 먹은 남편을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날 이후로 남편은 삼계탕을 안 좋아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맛있는 척을 하며 먹지만 ㅋ.
오늘이 삼복 중에 말복이라는데, <삼계탕> 대신에 <서리태콩국수>와 <감자전>으로 마지막 더위를 날려 버려야겠다.
더위야, 제발 빨리 가줘잉~~~
말복에 <까망 서리태 콩국수>를 ~~~
* 서리태는 서리가 내릴 때 수확하는 콩이란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란다. 껍질은 까만색이고 속은 초록색 빛을 띠고 있다.
작년에 우리 부부가 직접 농사지은 서리태로, 믿고 먹는 서리태 콩국수! 아, 기대된다 ㅎ.
재료들을 보면,
서리태 콩 100g, 볶은 참깨 5g, 볶은 땅콩 5g, 생수, 삶은 달걀 2개, 완숙 토마토 2쪽, 얼음 약간, 소금, 국수 2인분
가장 먼저, 서리태 콩 불리기
콩국수 물을 만들기 전에, 하루 전날 콩을 깨끗이 씻어 물을 찰랑찰랑 부은 뒤, 냉장고에서 약 8시간 불린다. 잠자기 전에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아침에 삶은 뒤 다시 냉장고에 넣어 차게 식힌다. 저녁 무렵, 차게 식은 콩을 믹서기에 넣고 갈면 Good! 만약에 아침에 먹으려면 그 전날 콩을 불렸다가 삶아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먹기 전에 믹서기에 넣고 갈면 OK!
서리태 콩 삶기
1. 불린 콩을 물이 있는 그대로 냄비에 넣고 삶는다.
밤새 콩을 불린 물은 콩 색깔과 비슷하다.
물속에 콩의 영양 성분이 녹아 있기 때문에 물 그대로 콩을 삶는 것이 좋다.
2. 처음에는 센 불에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중 불로 옮긴 뒤, 약 10분 정도 더 끓인다.
이때 위에 회색 빛으로 올라오는 거품은 걷어낸다.
3. 2의 다 삶아진 콩을 냄비 뚜껑을 닫고 약 10분 정도 뜸을 들이듯이 그대로 둔다.
4. 3이 식을 때까지 냉장고에 보관한다.
5. 4의 콩이 다 식으면 콩과 콩물, 참깨, 땅콩(이것은 없으면 패스~)을 믹서기에 넣고 아주 곱게 간다.
옛날에 우리 엄마는 콩 껍질도 다 까서 부드럽게 만들었는데, 나는 콩 껍질 까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패스~한다. 그리고 서리태 콩 껍질에 안토시안이라는 영양 성분이 있다고 해서 굳이 번잡스럽게 콩 껍질을 깔 필요가 없다. 약간 콩국물이 거칠긴 해도 먹을 만하다.
6. 국수를 삶는다(나중에 국수 삶는 방법도 자세하게 쓸 예정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패스~ ㅎ).
7. 대접에 국수를 1인 분씩 담은 뒤, 5의 콩국물을 살살 붓는다. 이때 얼음도 몇 개 동동 띄운다.
8. 7에 삶은 달걀과 완숙 토마토를 보기 좋게 올려놓는다. 오이도 있다면 함께 넣어 먹으면 더욱 상큼!
9. 소금을 옆에 놓고 각 자의 입맛에 맞게 소금 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