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향가지덮밥 < Life 레시피 >
‘가지’하면 반사적으로 <가지 무침>이 생각난다. 어렸을 적, 엄마는 가지 철이 돌아오면 가지 4, 5개를 사다가 찜기에 쪄서 각 종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친 <가지 무침>을 해 주었다. 그때는 그 맛을 잘 몰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반찬 중에 하나였다. 맛보다는 물컹거리는 그 식감이 너무 싫었다. 그래도 엄마의 음식 솜씨가 워낙 탁월한 터라 그럭저럭 먹곤 했다.
나이가 들면서 내 혀가 <가지 무침>를 소환하기에 이르렀고, 희한하게도 먹고 싶다는 생각에 내 손으로 직접 <가지 무침>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껏 <가지 무침>은 아마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ㅎ. 맛도 맛이지만 가지를 찌는 것이 내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찜기에 가지를 넣고 살짝 쪄야 하는데, 그 ‘살짝’이라는 시간이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만 그 '살짝'이라는 시간을 놓쳐서 너무 찌게 되면 가지의 형체가 없어질 정도로 뭉그러진다. 그렇게 되면 입속에 들어가는 순간 씹을 것도 없이 우르르 녹아버리고 만다. 아이스크림 같은 것은 입안에서 스르르 녹을 때의 그 느낌이 참 좋지만, 나물이 아이스크림도 아닌데 우르르(이때는 스르르가 아니다 ㅠ) 녹아버리는 것은 참 별로다. 죽도 아닌 것이 나물도 아닌 것이 참 애매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가지에 대한 편견을 부수는 음식들을 먹어 보게 되었다.
<가지 조림> <가지 튀김> <가지를 이용한 멤보샤> <어향 가지>등등…
가지의 색다른 면모를 발견하고 눈이 번쩍 뜨이게 되었다.
“오호, 가지가 이렇게 맛있다니!”
너무너무 맛있는 거다.
가지가 정말 가지가지 다양한 요리로 환생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가지 조림>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지를 기름에 튀겨서 하는 음식들인데 가지 특유의 맛은 없애고 가지의 식감을 최대한 살린 최고의 음식들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행복감은 내게 포근한 잠자리에 누운 것처럼 평안함을 안겨준다.
중국집에 가서 <어향 가지>를 먹어보고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는 것처럼 황홀했다. 좀 무모한 일일지는 모르지만,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지 않아 <어향가지 덮밥>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단, ‘굴소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패스~, 또 중국 소스들도 없기 때문에 한국식 <어향가지 덮밥>에 도전!!!
한국식 <어향가지 덮밥>
최고의 <어향가지 덮밥>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
가지 2개(3인분), 전분 가루, 양파 1/4, 표고버섯 3개, 당근 1/3, 양념한 돼지고기 200g, 대파 썬 것, 빻은 마늘, 청양고추, 건고추(없으면 패스~), 조청, 다시마 가루, 표고 가루, 참기름, 식용유, 후춧가루, 매실액
돼지고기 양념하기
* 다른 재료를 손질하기 전에 미리 고기에 밑간을 해서 두면 고기에 양념이 골고루 잘 배서 더 맛있다.
1. 돼지고기 안심(나는 기름 기 없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안심을 사용하지만, 약간 기름 기 있는 것을 좋아한다면 다른 부위를 사용해도 굿!)을 곱게 다진다. 이때 믹서에 갈 수도 있지만 고기의 씹히는 식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칼로 곱게 다지는 편이다.
2. 1에 생강 1/2 쪽을 갈아 넣는다.
3. 2에 간장과 후춧가루, 표고버섯 가루와 다시마가루(없으면 패스해도 되지만 천연 조미료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넣는 것이 좋다), 참기름 약간, 매실액을 약간 넣고 조물조물 무쳐 냉장고에 보관한다.
재료 손질하기
1. 양파 1/4, 표고버섯 3개, 당근 1/3을 자른다.
2. 대파와 청양고추, 건고추를 자른다.
가지 굽기
* 사실 가지를 굽기보다는 튀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지만, 튀김은 번거롭기 때문에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튀겨내듯이 굽는다.
1. 가지를 손가락 굵기보다 약간 더 굵게 잘라 소금에 살짝 절인다.
2. 약 10분 후 소금에 절인 가지를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한다.
3. 전분가루에 2를 묻힌다.
4. 예열된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붓는다.
5. 4에 3의 가지를 넣고 튀기듯이 앞뒤로 지진다.
6. 체에 키친타월을 깔고 5의 가지가 기름이 빠지도록, 바삭해지도록 한 김 식힌다.
구운 가지를 소스에 넣고 쉐키~ 쉐키~
1. 예열된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대파와 마늘을 볶는다.
대파와 마늘이 타지 않도록 약한 불에서 볶는다.
2. 불을 중간 불로 바꾸고 양파와 당근을 넣고 살짝 볶는다.
3. 2에 양념된 돼지고기를 볶는다.
4. 3에 표고버섯을 넣고 살짝 볶는다.
5. 구운 가지를 4에 넣고 살살 섞는다.
6. 5에 간장을 넣는다.
이때 간장을 프라이팬 가장자리로 살살 돌려가며 부어야 불맛이 나며 풍미를 높인다.
7. 6에 표고버섯 가루와 다시마 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이도록 잘 젓는다.
8. 7에 조청을 넣고 잘 섞는다.
9. 8에 청양고추와 건고추를 넣고 잘 섞는다.
10. 9에 생수를 자작하게 붓는다.
11. 10의 물이 팔팔 끓으면 전분물을 부어가며 걸쭉하게 만든다.
이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전분물을 한 번에 다 넣으면 농도를 가늠할 수 없어, 조금씩 전분물을 부어가며 농도를 맞춰야 한다. 농도는 각 자의 기호에 맞게 맞춘다.
12. 11의 재료들이 다 어우러지면 불을 끄고 남은 대파와 참기름을 넣어 잘 젓는다.
* 레시피를 보면 어마무시한 너무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중국식의 요리들 대부분이 재료만 미리 다 준비해 놓으면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요리가 완성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요리도 재료 준비 과정을 뺀다면 약 20분 정도면 된다. 아주 간단하고 쉽다.
* 맛은 중국집에서 먹는 <어향가지 덮밥>과는 분명 다르지만, 조미료 맛 나지 않고 깔끔함은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ㅋ
* 표지 사진 : Pixabay. Tak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