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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재 Feb 22. 2024

안돼애~~~ 되애~~~ 돼~~~

STOP!!!  < Life 레시피 >

친한 언니가 맛있는 미나리라고 한 다발을 갖다 주었다. 미나리를 보자 이맘때 먹던 꼬막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오늘 저녁 메뉴로 꼬막비빔밥이 당첨되었다. 우리 가족은 나 말고는 꼬막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맘때 아니면 못 먹을 것 같아 내 마음대로, 내 입맛대로 하기로 했다.

늘 말하지만 엿장수 마음 ㅎㅎㅎ.

인터넷 몰에서 주문한 신선한 꼬막이 새벽배송으로 도착했다. 이때까진 좋았다. 뽀얀 쌀밥에 신선한 꼬막과 향기로운 미나리를 듬뿍 넣고 쓱쓱 비벼 먹을 생각을 하니 군침이 돌았다. 그런데 꼬막을 닦는 동안 갑자기 마음이 변했다. 새콤달콤한 꼬막 무침으로 메뉴를 바꾸기로……

뭐 이것 또한 내 마음이니까 뭔들 어때 ㅋ.


그런데……

그런데……

하던 대로 하지 왜???


오늘따라 꼬막 껍데기를 일일이 솔로 닦았는지 모를 일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이 발동을 했다. 갑자기 전복 닦는데 쓰는 솔이 눈에 띄었고, 때가 낀 껍데기가 잘 닦일지 궁금? 궁금해졌다.


호기롭게 오른손에 솔을 잡고 왼손에 꼬막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꼬막 껍데기의 때를 박박 닦기 시작했다.


‘어...... 어라? 잘 닦이는데!!!’


생각 외로 때가 아주 잘 벗겨졌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까지 했다. 마치 꼬막 껍데기에 하얀 분을 칠한 듯 뽀얗게 화장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여기서 멈췄어야 했을 일이다...


S   T   O   P  ! ! !


점점 다리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손가락, 손목, 어깨까지 아파오기 시작했다.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왜 이러지???’

그런데도 생각과는 달리 손은 계속 움직였다. 나중에는 그놈의 꼬막을 집어던지고 싶어졌다. 그러면서도 ‘고지가 바로 저긴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내 안에서 나를 채찍질하는 소리에 멈출 수가 없었다.


'하나만 더…… 하나만 더…… ’

‘내 이놈의 꼬막을 다신 사지 않을 테다!


‘하나만 더…… 하나만 더…… '

‘다신 안 살 거야!’


내 안에서 끝도 없는 채찍질을 하며, 이를 악물고, 끝까지 때를 벗겼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히이잉~~~'

뭔 오기인지 꼬막의 때를 마침내, 드디어 다 벗기고 말았다.


‘참, 나란 사람 대~~~단하다! 풉’

뽀얗게 화장한 꼬막을 보며 왠지 모를 승리감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그런데 말이다.


평소 꼬막을 데치면 물이 시커먼데, 데친 물이 묽은 우유 빛을 띠는 게 아닌가! 마시고 싶을 만큼 뽀얗다.

그럼, 그동안 꼬막 껍데기의 때 때문에 데친 물이 시커멨나???

뽀얀 꼬막에 저절로 손이 갔다.

뜨거운 꼬막을 하나 집어 들고는 호호 불어가며 입에 넣는데.....,


‘어머낫!!!’

너무너무 맛있는 거다!

깜짝 놀랄 정도로 너~~~무 맛있다!!!


기분 탓인지 진정 맛이 있는 건지 알 순 없지만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남편도 맛있다고 엄지 척! ).


더 놀라운 일!

두둥!!!


‘다음에 또 이렇게 해 먹어 볼까!’

‘어머! 이건 또 뭐???’

내가 아닌 내가 속에서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고 있다.

정말 놀랄 노자다. 나란 사람 정말 무섭기까지 하다ㄷㄷㄷ.


                     안 돼 애 ~~~

                          돼 애 ~~~

                              돼 ~~~


두둥… 어쨌거나 꼬막 무침 돌입!


꼬막 무침을 가족과 함께 맛있게, 냠냠냠...

꼬막을 좋아하지 않는 가족도 새콤달콤 때문인지 맛있다고 잘 먹었다. 꼬막 비빔밥도 좋지만 오늘의 메뉴를 무침으로 바꾼 것도 아주 잘한 일인 것 같다. 아직도 미나리가 많이 남은 관계로 내일은 미나리를 넣은 꼬막 전을 해 먹을 예정이다(내일 봐야 알겠지만 ㅋ).



꼬막 무침을 풍요롭게 만들 재료들  


꼬막(1kg), 미나리(양 껏), 양파(반 개), 당근(반 개), 청양고추, 생수(꼬막이 담길 정도의 양), 소금(한 줌)


조물조물 무칠 양념들


양조간장(한 밥숟가락), 국간장(한 밥숟가락), 고춧가루(두 밥숟가락), 다시마가루(한 찻숟가락), 표고가루(한 찻숟가락), 맛술(한 밥숟가락), 매실청(한 찻숟가락), 식초(두 밥숟가락), 때에 따라 조청(기호에 맛게 조절), 참기름(3/4 밥숟가락), 참깨(적당히 알아서 할 것)


꼬막에 옷을 입혀 줄 양념은 미리


양념에 들어갈 재료들은 다 섞어 미리 만들어 둔다. 꼬막을 데치기 전에 미리 만들어 두어야 양념들이 어우러져 맛이 더 깊어진다. 각각의 기호에 따라 빻은 마늘과 송송 썬 파를 넣어 만들 수도 있다. 나는 꼬막의 맛을 덜 해치기 위해 마늘과 파는 패스∼~~.


꼬막을 해감시킨다.


소금물이 담긴 커다란 볼에 꼬막을 담가 햇볕이 들어가지 않도록 검은 봉지 등으로 빛을 차단한다. 꼬막이 사는 공간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서 꼬막을 잘 속여야 한다. 그래야 꼬막이 자기가 사는 바닷속인 줄 알고 몸속의 찌꺼기를 내뱉을 수 있다. 약 20, 30분 정도 지나자 나의 계략에 속은 꼬막들이 몸속의 찌꺼기를 내뱉기 시작했다. 잠시 후 벌어질, 본인들의 처지를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찌꺼기를 열심히 뿜어냈다. 꼬막에게는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어쩌겠어 ㅠㅠㅠ.


꼬막을 벅벅 문지른다.


먼저 고무장갑으로 장착을 하고, 커다란 볼에 해감을 한 꼬막을 넣고 사정없이 벅벅 문지른다.

빨래하듯이... 요란하게,

시끄럽게 벅벅 벅벅...

때가 좀 나왔다 싶으면 물로 헹군 뒤,

다시 벅벅 벅벅...

이 과정을 한 5번 정도 하면 시커멓던 꼬막이 좀 깨끗해져 보인다. 물론 솔로 무식하게(?) 하나하나 일일이 닦을 때보다는 덜 닦이지만. 솔로 문지르는 일은 여간 인내심과 체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권장 사항이 아니다. 혹 심심하거나 유난스럽게 깨끗한 걸 좋아한다면 솔로 박박 문지르기를...

뭐든 본인 스스로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니까 ㅋ.


펄펄 끓는 물에 꼬막 데치기


1. 커다란 냄비에 2/3 가량의 물을 넣어 팔팔 끓인다.

2. 1에 깨끗이 씻은 꼬막을 투하! 시킨다.

3. 2를 기다란 조리도구로 휘휘 젓는다. 가장 중요한 일! 꼬막을 한쪽 방향으로만 저어야만 한다. 왜냐면, 꼬막 살이 고루 잘 익게, 또 한쪽 방향으로 계속 젓다보면 꼬막 살이 한쪽으로 치우쳐 살을 발라낼 때 수월하기 때문이란다.

4. 3, 4개의 꼬막들이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물을 버린 뒤 체에 밭쳐둔다. 이것 또한 아주 중요하다! 너무 오래 삶으면 꼬막 살이 탱글탱글하지 않고 쪼그라들면서 질겨지기 때문이다.


꼬막 살 발리기


고맙게도 스스로 입을 벌린 꼬막 껍데기를 까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문제는 입을 꽉 앙다물고 있는 꼬막들이다. 전에는 방법을 몰라 손가락 끝으로 억지로 입을 벌려 까곤 했다. 누가 이기는지 마치 사투를 벌이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때인가부터 기가 막힌 방법을 알게 되었다. 두두둥!!! 다름 아닌 밥숟가락으로 꼬막 껍데기를 까는 것이다. 꼬막 껍데기를 보면 뒤끝에 밥숟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숟가락을 끼우고 지렛대처럼 숟가락을 틀면 껍데기가 아주 쉽게 까진다(잘 모르겠으면 뭐든지 다 알려주는 인터넷에게 묻기).


꼬막과 양념이 만나 새콤달콤 꼬막 무침 완성!


탱글탱글 잘 삶아진 꼬막 살과 미리 만들어 놓은 양념, 각종 야채를 커다란 볼에 넣고 쉐키 쉐키 잘 섞으면 끝!!!

새콤달콤은 각 자의 입맛에 맞게 조절해서 먹으면 된다. 본인 입맛에 맞는 게 최고!!! ㅎㅎㅎ.

그림 : 김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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