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2014년 12월 11일
유럽과 아시아가 한 도시에 공존하는 곳
동로마와 오스만튀르크의 문화를 함께 볼 수 있다.
작은 해협 보스포루스를 사이로 아시아와 유럽이 한 도시 안에 공존하는 곳이다. 아시아의 끝이자 유럽의 시작이다. 동로마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폴리스였고 세상의 절반 이상을 지배했던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수도였고 유럽 문화 수도로 불리는 곳이다.
아시아, 이슬람, 유럽의 문화가 공존한다. 터키 땅의 3%는 유럽이고 97%는 아시아에 위치하지만 터키는 유럽에 포함되기를 오래 동안 바라고 있다.
오스만튀르크는 중국과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훈족, 돌궐의 후손들이다. 어쩌면 우리와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 계속된 혼혈로 원래 모습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유럽화 된 모습이지만 한족에 동화되어 자신의 문자와 문화를 잊어버린 만주족(여진족)과는 달리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민족인 듯하다.
마늘과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표기된 문자들에 이중모음이 남아 있다. 한국인이라는 말에 바로 형제의 나라 이야기를 한다. 물론 터키가 형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음식도 우리와 비슷하다. 국물 요리가 남아 있고 쌀의 소비량도 서양보다 많은 편이다.
호탕한 성격과 과시욕을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적은 소득에 비해 너무 높은 물가가 안타깝다. EU에 포함되고 싶어 환율을 유로화와 1대 1로 고정해버린 것이 물가 상승의 원인이다. 유럽 각국의 통화가 유로화로 통일되고 나서 그리스, 스페인과 같은 변두리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졌는데 개인적인 생각에는 터키가 EU에 포함되지 않고 아시아로 계속 남아 있기를 바라여 본다. 이런 문화적 유산을 갖은 형제의 나라를 갖는 것도 좋지 않나? 누가 형이든 말이다.
겨울이라 비와 구름이 계속되는 날씨가 야속하다. 언젠가 화창한 봄에 다시 찾고 싶다. 이 곳에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기지만 외국인의 취업이나 사업이 너무 어려운 환경이라 한다. 1,200원 정도면 페리나 버스, 전철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건너갈 수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드는 재미가 솔솔 하다.
유럽과 아시아를 함께 느끼는 가장 좋은 곳은 아야 소피아 성당이다. 기독교 성당으로 만들어진 곳이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훌륭한 건축물에 이슬람교도들이 이 곳을 점령한 후 건물을 부수는 대신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하였다. 무게를 지탱하기조차 어려운 커다란 돔을 올리기 위해 채택한 방법이 돔 자체에 창문을 많이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 그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나 찬란한 장면을 연출한다.
뛰어난 건축 기술과 함께 빛의 축제를 보려면 꼭 맑은 날에 방문하기를 빈다. (이스탄불 최고 가이드인 Jima님은 방문하는 일정이 흐리다면 아예 가지 말고 다음 여행에 양보하라는 말까지 건넨다.)
아야 소피아 성당은 너무나 유명한 곳이지만 또 하나 추천하는 곳은 '뤼스템 파샤 자미'이다. 터키의 가장 위대한 건축가 '미마르 시난'이 다른 사람의 부인이 되어버린 옛 연인을 위해 지은 사원이다. 내부의 타일 장식이 다른 사원들에 비해 많고 붉은색과 푸른색이 예쁘게 섞여 있다.
'뤼스템 파샤'는 공주의 남편 이름이다. 사원을 그 뤼스템 파샤에게 바친다 하였지만 뤼스템 파샤는 한 번 방문 후에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자미 내부 장식의 아름다움이 여성을 위한 사원이라는 것을 바로 알게 한다. 미마르 시난은 뤼스템 파샤에게 돈을 받지 않고 따로 건축비를 마련했다. 상가들를 먼저 만들어 분양하고 그 상가 위에 사원을 만들었다. 그런 탓에 상가들의 2층에 있는 크지 않은 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