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 2014년 12월 14일
기독교와 이슬람 그리고 로마 유적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자연 풍경은 덤인지 주인공인지...
스타워즈 또는 버섯돌이의 동네에 왔다.
'이 풍경이 과연 내가 사는 지구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다. 수많은 협곡과 버섯을 닮은 거대한 돌기둥들이 가득하다. 석회암 지대에 물이 흐르며 바위들을 녹이고 남아 있는 잔재들이다. 암벽들 사이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그리고 그 구멍 안에 살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스타워즈라는 영화에는 두 개의 해가 보이는 타투인(Tatooine) 행성이 있다. 뾰족한 돌기둥들이 솟아있고 그 돌기둥에서 사는 사람(외계인)들. 조지 루카스 감독은 이 곳의 풍경을 모티브로 외계 행성의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바로 오르타 히사르에 올라서면 보이는 풍경이다. 하지만 실제 촬영은 이곳이 아닌 인도네시아에서 촬영을 하였다.
사실 우주에는 홀로 있는 별보다 두 개의 별이 서로 공전하는 쌍성이 더 흔한 현상이다. 우리의 태양도 예전에는 쌍성이었고 두 별 중 하나가 오래전 소멸하고 그 잔재가 중력에 영향을 주어 소행성, 혜성 충돌을 만들고 지구의 주기적 대멸종을 만든다는 가설이 있다. 그 사라진 별에 '네메시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금도 그 별의 잔재를 찾고 있는 천문학자도 있다.
터키가 현재는 이슬람이지만 튀르크가 이 곳을 점령하기 전까지 동로마의 수도 콘스탄티노폴리스가 있던 곳이다. 현재에 가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오류는 모두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 곳에서 기독교의 흔적을 이렇게 많이 만난다는 것을 기대 못하고 왔었다. 로마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이 동굴들 속에 숨어 지내던 기독교인들은 모두 천국에 가셨을까 궁금하다.
괴레메 파노라마, 제미 밸리, 로즈 밸리, 으흐랄라밸리 등 여러 계곡들을 걸으며 스타워즈 속 딴 세상을 동경하고 지낸 며칠이었다. 죽기 전에 센타우루스 알파에는 가고 싶다. 센타우루스 알파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다. 아바타를 비롯한 많은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별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로 그곳에 가는데 걸리는 예상 시간은 무려 3만 년이다. 칼 세이건도 죽기 전에 그곳에 가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불가능한 꿈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떤가? 꿈은 꼭 이루라는 것이 아니라 간직하고 잊지 않는 것이다.
날씨가 좋지 않아 풍선 타기는 실패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셔틀버스를 기다리다 비가 와서, 또는 안개가 끼여서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잠을 청하였다. 마지막 날은 이륙 장소에까지 가서 바람이 잦아들기를 2시간 기다리고 나서 결국 취소라는 말을 들었다.
아쉬워하며 떠나왔는데 다음 날 벌룬 투어 중 사망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후에 사고가 났던 열기구에 함께 탑승하였었다는 친구를 만났다. 기구 반대편의 사람들은 모두 죽고 자신을 비롯한 몇 명은 무사했다 한다. 다행이라 해야 하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 세상이다.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건 해야 한다. 실패한 것보다 더 아쉬운 것은 해보지 못한 것이라 믿고 싶다.
어느 따뜻한 날 이 곳에 다시 와 무턱대고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