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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May 31. 2016

람세스 2세의 영광

룩소르 2014년 12월 22일

람세스 2세의 영광을 본다.

하지만 무덤은 비어 있고 그 화려한 영광은 이제 없다.


인간의 마음이 참 간사하다. 룩소르에 처음 도착해 숙소에서 가까운 룩소르 신전을 보고 '와~ 대단하구나' 했는데 다음날 카르낙 신전을 보고 와서는 별개 아닌 게 되어 버렸다. 룩소르 신전은 카르낙 신전의 부속 신전으로 그 사이에 3km에 달하는 스핑크스의 길이 있었다고 한다.


이집트의 수도는 카이로지만 파라오 유적이 가장 많은 곳은 룩소르다. 파라오 왕조 중 가장 번영했던 중왕조(BC 2040~1782) 시절의 수도이며, 바로 람세스 시대의 유적이다. 우리나라 단군의 시대에 이들은 이런 것을 만들어 냈다.


아몬신에게 바쳐진 카르낙 신전에는 23m나 되는 거대한 기둥 143개가 세워져 있다. 줄지어 세워져 있는 모든 기둥과 벽면에 신에게 바치는 글과 파라오의 치적을 나타내는 그림, 글씨, 문양들이 가득 세겨져 있다. 벽화들은 모두 채색이 되어 있는데 4천 년이 지난 지금도 채색이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그들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원하였기에 이런 것을 만들었을까? 수 천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의 나도 궁금하게 만든다. '성'을 뜻하는 카사르의 복수형이 룩소르다. 이름처럼 이 곳에는 수많은 유적이 있었지만 발굴된 것은 극히 일부이고 도시 곳곳에 아직 발굴하지 못한 유적들이 인간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파라오들은 나일강을 사이로 동쪽은 인간의 영역으로 생각하여 주거지역과 신전을 짓고 서쪽은 신의 영역으로 생각하여 '왕들의 계곡'을 만들었다. 그 왕들의 계곡 안에 파라오들의 무덤이 있다. 나일강 서쪽 지역을 안내했던 가이드는 이슬람 역사 선생님이라고 했다.


'왜 서쪽이 신들의 영역인가' 하는 질문에 '해가 서쪽으로 지기 때문에 다음 생이 서쪽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겠냐'는 대답을 한다. 하지만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한다. 짐작일 뿐이라고... 역사 선생님이기는 하지만 강의하는 것은 이슬람의 역사라 한다.


카이로가 수도이던 시절에는 파라오의 영광을 기리기 위해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들었지만 그 모든 피라미드가 도굴당하였다. 중왕조 시절에는 피라미드 대신 왕들의 계곡에 땅을 파고 지하에 파라오들의 무덤을 만들었지만 그것 또한 모두 도굴당하고 온전한 상태로 발굴된 것은 투탕카멘 왕릉 하나뿐이다. 모두 빈 왕릉이었다.


화려한 영광은 이제 없다. 빈 왕릉만이 남아 있을 따름이다. 그 후손들은 그 화려한 유적의 발굴과 관리도 외국인들에게 맡겼다. 그 후손들은 건축 자재로 쓰기 위해 그 유적의 돌을 떼어가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죽음과 영생에 집착했던 이집트인들이다. 그들은 영생을 위해 필요 이상의 자원과 시간을 투자해 피라미드와 미이라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발굴된 어느 파피루스 문서에 "아무도 죽음의 세계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글귀가 있었다 한다. 그들도 진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룩소르 신전 가운데 부분의 상층부에 이슬람 사원이 세워져 있다. 현재의 이집트인이 생각하는 문화유산과 종교의 기준을 짐작하게 한다. 유적은 돈을 벌어주는 중요한 것이지만 그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이고 신이다.

 

룩소르에 있는 동안 무함마드의 생일이 있었다. 숙소 사장의 말처럼 알라신 덕분인지 그날 하루 날씨는 맑고 따뜻하고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관광객이 찾고 그가 돈을 버는 것도 알라신 덕분이라 한다.


호객행위만 적다면 나도 행복하련만... 나일강변을 걸으며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지만 마차, 택시, 보트 등의 호객 행위는 나를 짜증남으로 만든다. 단 1분의 자유도 허용하지 않는다.


카르낙 신전 - 전체 모습은 볼 수 없어 안내판을 사진을 첨부
입구를 장식하는 스핑크스들
열주문
143개의 23미터 기둥들
오벨리스크
경찰이 알려준 포토 존 - 그 후 경찰을 돈을 요구한다. 물론 땡큐 한마디로 무시했다.
전체 신전 중 복원된 곳은 극히 일부이다.
룩소르 신전
람세스 2세의 석상
카르낙신전과 룩소르신전 사이의 스핑크스의 길
신전들은 밤에 더 아름답다.
멤논 거상
왕들의 계곡
보고 싶은 것은 람세스 2세, 투탕카멘이지만 람세스 2세는 미 개방, 투탕카멘 왕릉은 별도의 입장료를 요구한다.
유물 발굴 작업 중인 학자
데이르 엘 바흐리 - 어린 왕을 내세우고 22년 동안 통치한 핫셉수트 여왕의 장제전
여왕이 만든 까닭인지 사랑의 신 하트르 석상이 있다. '하트'가 바로 이 신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나일강 서쪽에는 왕릉의 계곡 외에도 많은 귀족들의 무덤들이 있다.
인간의 영역과 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배
룩소르 신전 앞에는 매일 공연이 있다.
파피루스로 종이를 만드는 과정
오래 전 국산 자동차들이 있다.
석공예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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