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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n 01. 2016

어린 왕자를 기억하며

시와 2014년 12월 29일

어른들은 누구나 다 처음엔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들은 그리 많지 않다.)



리비아와의 국경 지대인 시와는 사라하 사막에서 가장 큰 오아시스 사이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끝없는 사막길을 밤을 새우며 달리면 오아시스가 나타난다. 인구 2만 7천여 명의 작은 도시다. 주민 대부분은 대추야자와 올리브 농사를 짓고 있다. 최근에 관광객이 늘어나며 상점들도 생기고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신탁을 받았던 아문 신전이 있는 곳으로 알렉산더가 ‘아문 신의 아들’이란 칭호를 얻게 된 대왕의 전설이 깃든 고장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이 먼 곳까지 온 것은 아문 신전이 이집트에서 가장 중요한 신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이 신전에서 왕이 되면 이집트의 왕이 되고, 나아가 세계의 왕이 된다는 전설이 있었다. 알렉산더는 그 전설을 믿고 이곳까지 왔던 것이다. 그리고 정말 세계의 왕이 되었다.


마을의 중심부에는 또 하나의 유적이 있다. 13세기경에 만들어진 성곽 도시 '샤리'이다. 사막 부족들은 물이 풍부한 이곳을 항상 노리고 있었다. 수시로 쳐들어와 물과 필수품들을 약탈하기도 하고 사람들을 잡아가기도 했다. 이를 방어하려고 성곽을 쌓았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 곳은 셍떽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의 배경지이기 때문이다. 비행기 조종사였던 셍떽쥐페리가 실제 이곳을 비행한 적이 있고 이 오아시스를 알고 있었다. 그냥 오고 싶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어린 왕자의 기분을 느끼고 싶기도 했다.


11시간 밤 버스를 타고 갔다 다시 13시간 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무박삼일의 일정이다. 피곤하지만 이집트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시간이다.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 아니라 내가 구경거리가 되고 수많은 아이들의 환영 받았다. 곳곳에서 아이들이 따른다. 하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Give me one dollar'는 가슴 아프다. 


하루 종일 홀로 오아시스를 찾고 쏘다니는 나만의 자유 시간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쳐다보면, 내가 그 별 중의 한 별에서 웃고 있으니까 아저씨에게는 모든 별이 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아저씨는 말이야,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갖게 되는 거지!"


돌아오는 버스가 멈춰 선 휴게소에서 밤하늘을 보았다. 사막의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이 있었다. 그중 하나에 누군가 웃고 있을 것이다.


사막 가운데 거대한 숲이 있다.
시와 한 가운데 있는 버려진 성곽 '샤리'
성곽의 전체 모습
Amon 오아시스 - 호수 같은 2개의 큰 오아시스가 아닌 숨겨진 20m 직경의 큰 우물이다.
이 어르신 덕분에 Amon을 찾았다. 아니면 미아가 될 뻔 했다.
이 동네의 주요 운송수단은 당나귀다. 당나귀도 태워주시고 농장 구경도 했다.
수면의 높이에 따라 물이 빠져 나가게 설계되어 있다.
수로를 통해 주변 숲에 물을 공급한다.
샤리 성곽에서 방향 확인 후 이 오아시스는 비교적 쉽게 찾았다. 대신 2시간을 걸어야 했다.
마을로 들어가는 물줄기. 갈대가 예쁘다.
오아시스에서 석회를 거르는 일꾼들. 일하는 모습이 흥겹다.


샤리 성곽 주변의 발굴되지 못한 유적
마을의 중심가 - 은행 건물이다.
주택들의 지붕 형태 - 나무 기둥 위에 진흙을 올렸다.
택시다. 정말이다. 당나귀가 끄는 택시.
샤리에서 바라보는 일몰
다시 버스 안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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