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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n 01. 2016

클레오파트라의 땅

알렉산드리아 2014년 12월 30일

알렉산더와 클레오파트라의 도시이다.

세월이 만든 폐허가 아름다울 수도 있다.  


지중해의 화려한 고대도시, 알렉산드리아는 알렉산더 대왕이 정복하고 자신의 이름을 붙여 만든 30여 개의 도시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남아있는 곳이다. 고대 역사의 흔적이 살아 숨 쉬는 지중해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많은 이집트의 상징물들이 남아 있지만 이 도시가 낳은 최대의 유명인은 '클레오파트라'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예쁘고 화려했다고 전해지지만 행복하지만은 않은 여자였다. 기울어진 왕조에 온 몸을 던졌지만 결국 멸망을 보고만 비운의 여왕이었다.


절세미인의 아름다움보다는 멸망해가는 왕국의 운명 앞에서 시저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살리려 끝까지 몸부림쳐야 했던 여자이다. 그러나 끝내 그 아들은 로마군에 잡혀 처형됐다. 열일곱의 나이였다. 그녀도 독사에 물려 자결한다. 서른아홉이었다.


클레오파트라의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녀의 왕궁은 14세기의 지진으로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다. 알렉산드리아의 진주라고 하는 카이트 베이 요새 앞바다이다. 카이트 베이는 15세기의 군사요새로 알렉산드리아 방어를 위해 지어졌다.


그 자리는 파로스 등대가 있던 곳이다. 기원전 3세기에 건립된 파로스 등대는 180여 미터의 높이를 자랑했고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다. 그 흔적 위에 세워진 카이트 베이 요새는 파로스 섬을 육지와 연결해서 항구를 확보하고 외부의 공격을 방어하던 곳이다. 지중해에 잠겼던 등대와 클레오파트라 궁의 석재를 발굴해서 지어졌다. 


처음 만나는 지중해다. 도서관을 보러 갔다가 커피 마시러 지중해까지 온 된장남이 되었다. 카이트 베이 요새를 보고 바다를 따라 무작정 걷다 눈에 띈 카페에서 멍 때리다 돌아왔다. 터키에서 바다를 보긴 했지만 수평선은 베트남 이후 처음이다. 커피 한 잔 즐기며 파도치는 바다를 본다.


알렉산더는 세계를 제패하고 자신의 영토가 된 나라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들을 만들었다. 그 도시들은 헬레니즘 문화의 중심지들이 되었다. 알렉산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도시마다 세웠던 것 중 하나가 도서관이다. 


고대 도서관은 사라지고 20세기 후반에 전 세계의 기부금을 모아 이곳에 현대식 도서관을 세웠다. 그리고 알렉산더가 전 세계 모든 언어의 모든 책을 모으라 했다는 것을 기념해 기부한 나라들의 언어를 새 도서관 외벽에 새겼는데 한글은 '우ㅓㄹ'이 있다.


카이트 베이 요새가 있는 장소는 클레오파트라가 로마의 침입을 발견하고 자결한 장소이기도 하다. 세월이 만든 폐허가 아름다울 수도 있다. 


알렉산드리아의 석양은 아름다웠다.



처음 만나는 지중해 - 성격이 거칠다.
커피 한 잔


카페 앞 잔잔한 바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도서관 건너편 조각상 - 한 눈에 봐도 에우로파를 납치하는 제우스의 모습이다. 에우로파를 따서 유럽이란 이름이 된 것.
카이트 베이 요새


아부 알 압사스 사원 - 기도 끝나는 시간이라 사람들이 붐빈다.


오라비 광장


커피 한 잔 즐기고 나오니 해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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