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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n 10. 2016

30년 여행객 이븐 바투타

탕헤르 2015년 2월 21일 

머나먼 아프리카 땅에서 만난 한국과의 인연

30년 여행객 이븐 바투타와 간첩 무함마드 깐수


유럽과 배로 1시간도 안 걸리는 중요 거점인 탓에 기원전의 카르타고와 로마부터 시작해 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9개국이 공동 관할하는 자유무역항이 되는 등 20여 개 강대국의 손을 거친 도시이다. 스페인 남쪽 알헤시라스 항에서 배를 타고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모로코의 탕헤르에 도착했다. 


해협이 좁다 보니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파도가 거세어 배가 뜨지 못한다고 한다. '세우타'행은 없고 12시 출항 예정이던 탕헤르행 페리는 5시가 넘어서 출발한다. 탕헤르로 향하는 당일의 유일한 배였다. 스페인령인 세우타로 넘어와 바로 다음 도시로의 이동이 원래 계획이었지만 탕헤르에서 예정에 없이 이틀을 머무르게 되었다. 


파울료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산티아고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가기 위해 바다 건너 탕헤르로 오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하던 산티아고가 현실의 안락함에 빠져 여행을 포기하고 머무를 뻔했던 도시가 이곳이다. 생소한 좁은 골목과 분주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 머무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머나먼 아프리카 땅의 좁은 골목길 끝에서 아주 작은 한국과의 인연을 발견했다. 700년 전의 여행가 이븐 바투타와 간첩 깐수의 이야기다.


미국의 '라이프' 지에서는 지난 1000년 동안의 위인 100명을 선정하였는데 여행가로 이븐 바투타(44위)와 마르코 폴로(49위)가 포함되었다. 우리는 동방견문록의 저자인 마르코 폴로만을 기억하지만 동시대에 살았던 이븐 바투타의 여정도 그에 못지않다. 


이븐 바투타는 3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여행을 했고 이동거리는 마르코 폴로의 3배에 달한다. 그의 여정은 북쪽으로 러시아 남부, 남쪽으로 아프리카 중부, 동쪽으로 중국까지 도달했다. 그는 알렉산드리아에서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파로스 등대를, 나일 강역에서 피라미드를, 인도에서 코뿔소와 마법사, 아프리카에서는 하마와 식인종을 목격했다.


탕헤르에서 태어난 이븐 바투타는 21세가 되던 1325년 메카를 순례하는 '하즈' 길을 떠나는 것으로 여행길에 오른다. 1년 반 만에 메카에 도착해 성지순례를 완료했다. 순례를 마친 그는 고향 탕헤르가 아닌 반대의 길로 나선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길을 떠나 아프리카, 인도와 필리핀을 거쳐 중국까지 여행하게 된다. 여행 중 여러 차례 결혼을 하고 인도에서 딸을, 몰디브에서 아들을 얻기도 했다. 


25년의 여행 후 돌아온 고향에서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다시 길을 떠나 2년 간 스페인, 3년간의 아프리카 여행을 한다. 그렇게 총 30년 간의 여행을 마치고 당대 문장가와 정리해 여행기를 펴내었다. 그의 여행기 원본은 문화재 약탈이 전문인 프랑스의 파리 국립도서관에 있다.


그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를 한글로 번역한 사람이 간첩 혐의로 투옥 중이던 간첩 깐수(정수일)이다. '무함마드 깐수'로 불렸던 그는 연변 조선족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중국 국비유학생 1호로 이집트 카이로에 유학했다. 중국 외교부 근무 후 모로코, 북한, 튀니지, 말레이시아 등에서 교수로 일했고 국내에서도 초빙교수로 임용돼 강의와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저명인사가 되었다. 


그러다 1996년 간첩 혐의로 입건된다. 체포 당시 국적이 필리핀이라 국외추방으로 끝날 수 있었지만 자신이 한국사람임을 고집해 12년을 선고받았다. 취조 검사가 원고 정리를 도와주기도 하고 옥중에서도 연구·집필을 계속하도록 배려받았던 독특한 간첩이다. 감옥에서 집필된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이다. 5년이 지나 특사로 출소한 후 간첩 깐수가 아니라 '한국문명교류 연구소장'으로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아랍풍인 구시가지와 유럽풍의 신시가지가 분리되어 있다. 살기 힘든 곳이라 해야 할지 재미있는 곳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구시가지인 메디나 지역의 사람들도 일단 활기차다. 하지만 잔돈을 노리며 길안내를 하겠다 계속 말을 거는 아이들에 지친다. 


여행하기 힘든 나라로 인도, 이집트, 모로코 3개국을 꼽는다 하니 와봐야 되지 않겠나? 덥고 더럽고 시끄럽고 호객행위가 많은 나라들이다. 겪어봐야 궁금함이 풀리는 법이다. 한 번 겪어 보자.


계속 지연되는 출항
지브롤터 - 스페인 땅 안에 영국령이 섬처럼 박혀있다. 섬은 아니고 반도이다.
모로코 도착하니 벌써 일몰이다.
메디나의 아침 - 겨우 메디나을 찾아 숙소를 정하고 잠을 청했다.
안테나가 높이 경쟁을 한다.
이븐 바투타 기념관(?)
자그마한 건물이다. 문은 잠겨 있다.
이런 골목길들이다.
대서양의 파도가 높다.
이슬람은 대문 장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너져 가는 고성
뱀쇼
허물어져 가는 고성 사이로 푸른 대서양이 보인다.
Detroit 성
해변의 모래가 곱다.
신 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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