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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n 20. 2016

작은 실수가 만든 통일

베를린 2015년 4월 3일

베를린 장벽은 기자들의 질문으로 무너졌다.

우리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동독 공산당 대변인인 '귄터 샤보브스키'가 여행자유화에 관한 임시 법안을 발표하였다. 독일어에 서툴렀던 외국 기자가 언제부터 그 법안이 발효되냐고 물었고 샤보브스키는 아무 생각 없이 '바로', '즉시'라고 대답했다. 사소한 말실수였다. 그러나 기자들은 '지금부터, 즉시 서독 여행이 가능하다!'라는 기사를 송고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동베를린 주민들은 서베를린으로 통하는 관문인 '체크포인트 찰리'로 몰려나왔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경비병들이 결국 시민들의 요구에 굳게 닫힌 철문을 열어주었다. 베를린 장벽은 이렇게 작은 말실수로 무너진 것이다. 이 작은 실수가 없었다면 베를린 장벽은 훨씬 더 격렬하거나 어쩌면 잔혹하게 무너졌을 것이다. 


2009년 10월,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에 '베를린 장벽은 기자들의 질문으로 무너졌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여러 가지를 연구하는 김정운 소장님이 20년 동안 이야기한 것이라 한다.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믿지 않더니 신문 기사 하나로 역사적 사실이 되었다고 울분을 토하는 모습을 강연에서 보았었다. 


분단된 나라를 가진 사람이 베를린에 오는 가장 큰 이유는 'East Side Gallery'를 보기 위함이다. 대부분의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고 기념을 위해 남겨 놓은 2km가 조금 넘는 벽이다. 벽화와 낙서가 가득한 높지 않은 담벼락일 뿐이지만 이 작은 벽이 수십 년 동안 두 국가를 구분하는 선이었다. 이 작은 벽을 허무는데 40년이나 걸렸다. 우리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누군가의 말처럼 통일은 대박이다. 석유, 희토류를 비롯한 지하자원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저가인 노동력이 있는 곳이다. 남쪽의 기술과 북쪽의 저가 노동력이라면 이미 기울어가는 제조업을 되살릴 수 있다. 관광 산업도 활성화될 것이다. 한쪽이 닫혀 있는 섬나라가 중국, 러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바로 연결되는 경로를 갖게 된다. 그리고 구조조정이 시급한 국내 건설 회사들의 생명 연장 방법이기도 하다. 신규 일자리가 부족한 청년층에게 더 없는 활로다. 


정치인들은 모두 일자리 창출을 부르짖지만 그 일자리를 만들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장년층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청년층이 대신하는 일자리,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이 위태롭게 서는 일자리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멀리 중동, 아프리카에서 찾지 말고 가까운 곳에도 길이 있을 수 있다. 


허물어진 담벼락을 보고 있자니 부럽고 서글프고 화가 나기도 한다.


베를린 장벽 - 4미터 정도의 작은 벽이 이중으로 되어 있다.
수 많은 패러디를 만든 유명한 벽화이다. 동독과 구소련의 최고 지도자들.
체크 포인트 찰리 - 동서독을 왕래하던 초소이다
장벽의 조각을 전시하고 팔기도 하는 전시관
1998년의 모습이다.
모두들 서서 기념 사진을 찍는다.
유태인 박물관 - 독일인들의 반성을 위한 기념관이다.
입구의 유대인 공부방 - 전체 기념관이 유대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민족인지 독일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등을 공부하게 하는 공간이다.
홀로코스트 타워 - 어두운 공간에 작은 불빛이 들어온다.
보는 것이 아닌 이 위를 직접 밟고 가야 하는 전시물. 소리가 아프다.
대부분의 공간이 교육을 위한 것이고 많은 독일 학생들이 단체 방문한다.
2차대전 때의 일들을 사실 그대로 서술해 놓았다.
비타워와 알렉산더플라츠
칼 막스를 기념하는 도로
베를린 돔
포츠담 광장 주변의 중심가
알테스 뮤지엄
출발하는 날의 새벽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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