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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Jan 04. 2024

구체적인 고유함

부지런한 사랑_이슬아

 들어가며

 우연히 이슬아 작가님이 출연한 예능을 보았다. 매일 한 편씩 글을 쓴다는 것, 메일로 독자들에게 보낸다는 것, 그리고 구독 시스템을 만들어 글을 쓰고 공유하는 과정을 수익화 했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글만 잘 쓰는 게 아니라 사업 수완까지 좋은 작가님이라니. 소설 '가녀장의 시대'는 판권까지 팔렸다고 한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은 작가님이신 것 같았다. 그중에서 표지가 제일 귀여운 녀석으로 골랐다. 이름도 사랑스럽다. 부지런한 사랑이라니.


 마음에 드는 구절

그렇지만 어떤 책을 고르든 내 예상과 다르게 읽는 아이가 꼭 있었다. 그들의 눈의 무엇이 재밌거나 슬프거나 야하다는 끝내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다.
무심코 지나친 남의 혼잣말조차도 다시 기억하는 것. 나 아닌 사람의 고민도 새삼 곱씹는 것. 아이들이 주어를 타인으로 늘려나가며 잠깐씩 확장되고 연결되는 모습을 수업에서 목격하곤 한다.
재능이나 운명 같은 말은 무서워서 못 하지만 분명 꽤나 커다란 단어들을 소리 내어 쏟아냈다. 그중 어떤 말은 아이들이 10년 뒤에도 기억할 거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거렸다.
내게 없는 것 말고 있는 게 부끄러운 적은 난생처음이었다.(중략) 신형철 평론가의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 따르면 욕망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사랑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해진다.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그 대상의 세부정보를 낱낱이 알게 된다. 다른 존재와는 어떤 점이 다른지, 언뜻 흔해 보여도 왜 그 존재가 이 세상에 하나뿐인지를 배워간다. 그 존재는 이제 결코 흔해질 수 없다. 구체적으로 고유해졌으니까.
그는 어떤 어른보다 나를 구체적으로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주었다. 그가 알아주는 동시에 몰라주었던 아이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아이들의 일기장을 유심히 읽은 뒤 말을 아끼는 선생님이었다.
자신 말고 타인이 울고 웃을 자리를 남긴다. 그것은 사람들을 이야기오 초대하는 예술이다. 더 잘 초대하기 위해, 더 잘 연결되기 위해 작가들은 자기 이야기를 어러 번 다르게 말해보고 써본다. 먼저 웃거나 울지 않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접속사는 문장과 문장 사이의 뉘앙스를 결정해버리기 때문이다. 두 문장의 관계를 섣불리 확정해버리고 싶지 않을 때마다 나는 그 사이의 접속사를 뺀다. 두 문장들의 상호작용을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지만 어떤 행간은 비워둘수록 더욱 정확해진다.

 마치며

 그녀의 일상생활을 보며 배우고 싶은 부분이 참 많았다. 자기관리를 하는 부분에서 철저함이 느껴졌다. '이슬아'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고른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한 글방에서 있었던 일들이 책에 담겨 있어 읽는 내내 따뜻했다. 나도 중학년 또는 고학년을 맡으면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이 책, 잘 펼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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