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일 아침은 정신없다. 쉽사리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전날 출근해서 청소도 하고, 할 일을 정리도 하며 어느 때보다 치밀하게 준비해도 그렇다. 근 한 달 만에 보는 동학년 선생님들과 방방 떠 있는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실패하면 순식간에 분위기에 휩쓸린다.
아침부터 유독 학년 부장님의 표정이 밝았다. 한껏 들뜬 목소리로 학급 내 유명인사가 전학을 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난 학기 동안 고생하셨다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각 교실로 흩어졌다. 컴퓨터를 켜자 지독하게 쌓인 메신저가 나를 반겼고 이내 교실 전화벨이 울렸다.
“선생님, 지금 전학생 한 명 가요.”
개학하는 날 으레 있는 일이다. 학적 담당자의 짧은 통보와 함께 전학생과 그의 어머니가 우리 교실 앞으로 왔다. 아이들의 환호성 때문에 소란이 일자 학년부장님도 복도로 나왔다. 담당자는 ‘교감 선생님께서 그러셨다’는 말과 함께 전학생을 소개했다. 그 옆에는 긴장한 표정의 아이와 어떻게든 힘을 불어넣어 주려는 어머님이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빠르게 아이의 번호를 알려주고, 신발장 위치를 안내하는 것. 그렇게 우리 반에 새로운 학생이 왔다.
이상한 느낌이 채 가시지 않았다. 교감 선생님께서 그러셨다니. 학교에는 방학 중 근무 순서도, 보결 배정 원칙도 내규가 있다. 그런데 굳이 누가 그랬다는 말이 필요가 있었을까. 그리고 오늘 아침 부장님의 말이 떠오르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1교시 방송 조례 중 틈을 타 학적 담당 선생님께 메신저를 했다.
“전학생 배정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학급 당 재적수가 기준입니다.”
그럼 옆 반과 우리 반 모두 똑같이 스물한 명이었던 건가. 여전히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나는 질문을 멈췄다. 안 그래도 바쁜 날이었고 더 따지고 들었다간 교무실의 결정에 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그리고 원칙대로 진행하셨을 거란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아이들은 이미 방학 때 만나 아는 사이라며 신나 했고 잘 지내는 모습 역시 보기 좋았다. 그렇게 답답함을 누르고 의아함은 삼켰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할 이유는 충분했다. 더욱 화목한 우리 반의 2학기를 위해, 내 뱃속의 아이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