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5. 할머니의 기도
2019.4.10-11
배액이 되지 않아 여러모로 걱정이었다. 병실의 환우들은 입퇴원을 반복한다. 다인실로 이동하고 나선 같은 병실의 할머니들과 나름의 즐거운 담소도 나눈다. 옆자리에 새로 오신 87세의 할머니는 밤에 찾아온 통증에 끙끙거리시면서도 쉴 새 없이 기도를 하셨다.
"데려가 주시옵소서. 주여.... 아프지 않게 해 주시옵고 자식들에게 짐 되지 않도록... 주여 세상에서 더 살기 싫습니다. 데려가 주옵소서..."
예전엔 편히 눈감는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인지 몰랐다. 간절히 기도해야 이루어지는 소원 같은 것일 줄은.
하루 이틀 앓다 천국으로 가는 것.
87세 할머니의 기도가 밤새 내 옆을 울렸다.
평상시 할머니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힘이 없는데 기도하실 땐 너무나 확실한 발음과 고급 어휘를 구사하신다. 나는 둘째 아이의 첫 생일날 배액관 재조정을 하였고 농양인지 아니면 가성낭종인지에 대해선 결국 감별하지 못한 끝이 났다. 염증 수치는 28에서 5로 많이 떨어졌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아이들이 보고 싶다.
남편을 사랑한다.
우리는 가족이다.
가족들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가장 고귀한 일이자 나의 행복이다.
오래 함께 곁에 있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