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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 Mar 14. 2022

병상일기 7. 모두의 아픔이 조금은 줄어드는 내일이길

2019.4.13

밤새 잠을 못잤다. 옆자리의 87세 할머니께서는 담석증을 앓계신다. 어젯밤 갑자기 찾아온 통증 때문에  보호자인 딸에게 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하시니 옆베드에 있던 나도 말씀을 달달 외울 판이다.


"이 세상 지긋지긋하다. 너무 오래 살았어. 더 살기 싫으...내 말 안한게 있는데 니한테만 말한다. 안방 서랍에 내가 모아둔 돈 쪼끔 있으. 가락지랑....있으. 그거 가지고 관에 넣어 주요. 요즘 사람들 관에 안 넣고 바람에 보낸다 뭐한다 하는데 사람이 죽으면 관에 들어가야지, 그건 땅이 없는 사람들이 그라는 거지..그라는 건 아니요. 아이고,,, 고통없이 데려가소서. 고통 없는 곳. 주여.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오래 살았습니다. 데려가소서 데려가소서. 내가 니한테만 말하는데 은가락지...."

무한반복되는 말을 들으며 나는 밤잠을 설쳤다.



친정엄마와 남편, 원이와 산이가 병문안을 왔다. 병원에 있으면서 가장 먹고 싶었던 건 매콤한 낙지볶음이었는데 그건 아이들 챙겨 오느라 준비를 못했고 미안하다며 남편이 이삭토스트를 내밀었다. 토스트만으로도 행복했다. 원이, 산이는 나의 엔돌핀. 웃음꽃이 저절로 핀다. 영상통화만 해도 눈물이 글썽거렸기에  만날 때 눈물바람이 될까봐 늘 걱정이지만 실제론 웃음 뿐이다.


첫째의 애교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엄마 아프지 마요. "

"아기 피나요?"

"이거 뱀처럼 생겼어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 내가 오늘 엄마 신발 예쁜거 사줄게요."


다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주길.



친구에게 병가일수에 대해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더니 받지를 않았다. 그 친구는 몇 개월 전 임신합병증으로 조산을 했다. 함께 모임을 하며 방학을 맞아 제주도도 함게 다녀온지 얼마되지 않아 전해진 소식이기에 충격적이었다. 이후 아기는 대학병원 집중치료실에서 많은 고비들을 넘기며 무사히 퇴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사이 아이가 퇴원하고 바쁜 일상을 보내나  보다 싶었는데 그 친구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아이가 몸이 안 좋아 아직 퇴원을 못했고 결국 고민하던 눈수술을 급하게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게 지옥인가 싶어."

라고 울며 말하는 친구에게 어떤 위로를 해 줄 수 있을까. 위로란 것이 가능하긴 한 걸까...

차라리 내가 아픈게 낫지 말 못하는 내 자식이 아프다고 생각하면 그게 지옥이지 않을까.


모두의 아픔이 조금은 줄어드는 내일이 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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