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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 May 15. 2022

병상일기 9

2019.4.15

어젯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밤마다 복도의 밝은 빛, 환자와 보호자 드나드는 소리, 끙끙 고통스러워하는 소리. 간호사 선생님의 카트 끄는 소리..

밤잠을 설치는 나날들이다. 간간히 잘 자는 날도 있긴 한데 정말 드물다. 어젯밤은 정말 절정이었는데 안 오던 잠을 청한 후부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간간히 앞 베드 할머님 목소리, 보호자 왔다 갔다 하는 쿵쿵 소리가 들려왔던 것은 기억한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 새벽에 깨고 나선 잠이 오지 않아 너무너무 괴로웠다. 


병실은 환자와 환자 못지않게 피곤하고 예민한 보호자가 함께 지내는 곳이다. 하지만 아파서 자신도 모르게 끙끙대는 환자에게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픔이 있는 이곳, 모두에겐 사연이 있다. 

앞 베드 할머님께서는 할아버님과 아침부터 수술 동의서 싸인에 실랑이 중이다.


"이거 왜 받는가? 병원에서 책임지기 싫어서 받는 거 아닌가? 말만 해 주면 되지 뭐할라꼬 이런 무서운 얘기 해 주면서 싸인을 받는고!"


맞는 말이긴 하지만 할아버님의 반응이 과하다고 느낄 무렵. 할아버님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할아버님 동생이 간단한 대장 관련 시술을 받다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러니 병원 시술에 예민할 수밖에 없으시겠지.


"각시 얼굴 다시 못 볼까 봐 겁나네. 우리 각시 먹고 싶은 거 배 터지게 먹을래?"


78,74세 다정한 노부부의 모습을 본다. 슬쩍 웃음이 나다가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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