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여행자를 구하는 건 세상 착한 사람들의 마음이다. 리스본에서.
날씨 참 좋다.
하늘이 이렇게 이쁠 수 있구나.
구름이 그림으로 그린 것 같네.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쓴 일기 첫 줄에는 딱 위의 세 문장이 적혀 있다. 내가 리스본에 도착 하자마자 생각한 문장 3개. 그리고 이 문장은 리스본을 떠나는 날까지 함께했고, 그와 더불어 떠나는 날 ‘언젠가 꼭 리스본으로 와 호스텔 하나 차려서 살다가 이 도시에서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리스본에 있던 나날들이 너무나 행복했고, 날씨, 사람, 도시 환경, 음식 그 무엇 하나 좋지 않은 것이 없었다. 좋다 못해 행복했고, 너무 행복해 내일보다 오늘이 더 좋은 날들이었다.
리스본을 어떻게 여행할까는 여행자의 마음이겠지만, 당시 나는 ‘평화롭게 여행하기’에 꽂혀있었고, 고민 없이 리스본의 전차에 자리 잡았다. 물론 관광지를 다 지나다닌다는 28번 전차는 관광객으로 가득 차있어서, 28번 전차는 진작에 포기하고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타기 시작했다. 결국 전차는 이어지고 이어져서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루트라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가득 들으면서 창밖의 풍경과 교회나 성당이 있으면 적당히 내려 구경하고, 주변 식당에서 밥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여행이 풍요롭고 평화로웠다.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감동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중 제일은 리스본에서였다. 당시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를 놓친 게 큰 충격이었는지 그다음부터 기차나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그 전날부터 긴장했다. 리스본에서 포르투로 가는 날, 버스를 타야 하는데 어디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 몰라 헤매고 있었다. 분명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었음에도 왠지 모를 그 불안감에 괜히 더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동양인 여자애가 계속 두리번거리며 정류장에 오는 버스마다 움찔거리며 버스를 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게 안타까웠는지 어떤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물론 포르투갈어로.
처음엔 안 그래도 정신없어 죽겠는데 무슨 포르투갈어로 말을 걸어오나 싶었는데, 내가 보고 있는 핸드폰 화면을 보더니 손짓으로 여기 가는 거냐며 물어봤고, 나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그렇다고 예스 예스! 했다. 그랬더니 그럼 자기를 따라오라며 갑자기 앞장섰고, 다른 버스 정류장으로 나를 데려다줬다. 그러면서 거기 근처에 있던 어떤 남자분에게 포르투갈어로 이야기하더니 나를 그 사람에게 맡기고 그분은 그렇게 떠났다. 다행히도 그 남자분은 영어를 조금 했고, 나의 짧은 영어와 그의 짧은 영어는 딱 소통 가능 한 만큼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짧은 영어 대화에서 그 남자는 내게 여행의 끝에서 다시 나를 돌아보게끔 했다.
‘방금 저 아주머니가 네가 버스 잘 타는지 봐달라고 하면서
네가 행복하게 웃으면서 떠났으면 좋겠대-’
이 말을 듣고, 나는 너무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글썽, 마음 따뜻하게 리스본을 떠날 수 있었다. 아, 역시 세상엔 나 빼고 다 착한 사람들이구나. 그냥 오늘 만나는 N명중에 하나인 나에게까지 마음을 써주다니. 괜스레 더 고맙고, 긴 여행에 지쳐가던 마음에 온기가 불어오는 듯했다.
이런 기억이 있는데 내가 리스본에 다시 안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