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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주세용 Nov 12. 2022

한 번 더 다래끼를 째야 할까?

20일 전 다래끼를 쨌다. 곧 완쾌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일주일 동안 약을 더 먹어보고 안되면 그때 다시 째자고 했다. 생각만으로도 아찔했다. 하지만 약을 오래 먹고 있는 것 같았고 빨리 째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했다.


근처에 있는 다른 병원을 찾아봤다. 친절하고 진료를 잘해준다는 병원이 있어 가봤다. 오픈 시간은 10시였으나 때로는 11시에 열 때도 있는 것 같았다. 예약은 안 되고 환자들끼리 순서를 기억하고 있다가 들어가야 한다. 11시에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고, 아저씨가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그 옆에서 기다렸다. 11시 20분이 지나도 병원 문은 닫혀 있었다. 전화를 해보니 그날은 11시 30분에 진료를 시작한다는 멘트가 나왔다. 잠시 후 할머니 한 분이 허겁지겁 뛰어와 병원 문을 열었다. "오래 기다리셨죠? 들어오세요."


병원은 꽤 넓었으나 간호사는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접수받고 진료하고 수납하는 시스템. 내 앞에 있는 아저씨는 간단히 진찰하고 이상이 없으니 그냥 가시라고 했다. (문을 열어 두고 얘기해서 다 들린다) 내 차례가 되어 상황을 설명하고 다래끼를 다시 째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이미 한번 쨌고, 몸에 칼을 대는 건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했다. 약도 그만 먹으라고 했다. 조금 불편하겠지만 3~4개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거라고. 피곤할 때 살짝 부었다가 다시 가라앉는 것을 반복하면서.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사라질 거라고.


몸의 치유력을 믿으라고 했다. 그리고 다래끼가 난다는 건 몸이 피곤하다는 신호이니 컨디션 관리를 잘하면 된다고 했다. 선생님의 말이 고마웠다. 다시 마취 주사를 맞고 째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내 몸의 상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에.



주차 등록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이 건물 주차는 무료에요. 그냥 가시면 됩니다."

#글 #짧은글 #다래끼 #styeeye #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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