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굴전에 막걸리 어때?

소설

by 봉봉주세용

강낫또씨는 순대국밥에 소주 한 병을 마셨다. 오랜만에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먹은 맛있는 점심이었다. 그는 밖으로 나와 걷다가 핸드폰을 꺼내 친구인 동민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민. 점심은 먹었나?”


“먹었지 인마. 웬일이냐 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고?”


동민씨가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나 방금 포에버 상사 때려치우고 나왔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 거기 들어간 지 일주일밖에 안 됐잖아?”


동민씨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렇게 됐어 짜샤. 오늘 바빠?”


“이따 강연 하나 있어서 나가봐야 해.”


동민씨가 말했다.


“강연은 꾸준히 하는구먼?”


“그치.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 할 거 아니냐.”


동민씨가 웃으며 말했다.


“강연 끝나고 저녁에는 뭐 해? 오랜만에 형님 밥이나 사 줘라.”


강낫또씨가 말했다.


“그러자. 밥 사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 뭐 먹고 싶어?”


동민씨가 물었다.


“맛있는 거.”


“그러니까 뭐?”


“음. 굴전에 막걸리 어때?”


강낫또씨는 오랜만에 막걸리가 당겼다.


대학교 다닐 때 강낫또씨는 최동민씨와 막걸리를 자주 마시러 다녔다.


“막걸리 좋지. 오랜만에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먹자. 예전에 자주 갔던 곳 이름이 뭐지? 거기로 가자.”


동민씨가 말했다.


“거기 이름이 뭐였더라. 아! 전전술술. 거기 아직도 있는 거 같던데. 그러면 거기서 보자.”


“오우케이. 그럼 저녁 7시까지 거기로 갈게. 강연이 송파구청에서 있는 거라서. 끝나고 가면 시간이 딱 맞을 거 같아.”




강낫또씨는 최동민씨와 통화를 끝내고 잠시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계단에 앉았다. 점심으로 먹은 순대국밥의 포만감과 함께 술기운이 올라왔다.


강낫또씨는 어렵게 재취업을 한 곳이지만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에 끌려다니기 전에 그만뒀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포에버 상사에 계속 다녔다면?


강낫또씨는 전에 다니던 S사에 찾아가 후배에게 전화한다.


후배는 오랜만에 회사에 방문한 선배와 반가운 마음으로 점심을 먹는다.


강낫또씨와 후배는 반갑게 서로의 근황을 묻는다.


후배는 강낫또씨에게 일이 힘들다고 얘기하며 푸념을 한다.


강낫또씨는 후배의 얘기를 듣다가 포에버 상사에 재취업했음을 알린다.


후배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는데 강낫또씨는 그 변화를 눈치챈다.


후배는 자리를 불편해하며 대화를 마무리하고 들어가고자 한다.


강낫또씨는 급하게 후배를 붙잡고 물량 계약 건에 관해 얘기한다.


난감해 하는 후배. 어느새 강낫또씨는 후배에게 비굴하게 사정한다.


후배는 미안하다고 얘기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후배는 생각한다. 저 선배 원래 저런 사람 아니었는데. 많이 힘든가 보다.


강낫또씨는 회사 후배와의 만남을 상상하며 예전에 자기를 찾아온 회사 선배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런 모습으로 절대 후배를 찾지 말자고 다짐했던 선배의 모습.


포에버 상사에서 월급을 받기 위해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예전 회사와의 끈이 떨어지면 강낫또씨는 가차 없이 포에버 상사에서 내쳐질 것이다.


강낫또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에 있는 만화방으로 들어갔다.




저녁 7시.


강낫또씨는 방이동 먹자골목 구석에 있는 전전술집에 들어갔다. 강낫또씨가 첫 손님이었다. 예전에 이 시간이면 좁은 술집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 있었을 텐데.


술집은 노부부가 운영했는데 예전 강낫또씨가 자주 왔을 때와 변한 것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강낫또씨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뭐로 드릴까?”


할아버지가 기본 안주인 김치와 두부를 테이블에 툭툭 내려놓으며 물었다.


“장수 막걸리 한 병이랑 굴전 하나 주세요. 막걸리만 먼저 주시고 굴전은 이따 친구 올 건데 그때 만들어주세요.”


할아버지는 시원한 막걸리를 한 병 갖다 줬다.


강낫또씨는 막걸리를 잘 흔들어 잔에 가득 따라 한 번에 마셨다. 톡 쏘는 막걸리가 목젖을 따라 넘어가며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카. 죽이는구먼.”


그렇게 강낫또씨가 막걸리를 2잔 마셨을 때 최동민씨가 들어왔다.


“아. 쏘리쏘리. 오래 기다렸냐?”


최동민씨가 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나도 방금 왔어.”


강낫또씨가 최동민씨를 반기며 말했다. 이미 강낫또씨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강의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길어져서 좀 늦었다. 근데 왜 이렇게 손님이 없냐? 난 자리 없을까 봐 걱정하면서 왔는데.”


최동민씨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사장님! 여기 친구 왔으니까 굴전 만들어주세요.”


강낫또씨가 큰 소리로 얘기했다. 할머니는 주방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다가 강낫또씨의 말에 알았다고 손을 들어 표시하고 굴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