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남자가 되고 싶은가?

헬스와 맨몸운동 편

by 봉봉주세용

대학에 입학하고 어떤 동아리에 가입할 지 고민했다. 내가 꿈꾸던 동아리는 주말에 선후배들과 강촌으로 엠티를 가고 밤에는 모닥불 앞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화기애애한 동아리였다. 사랑과 우정이 꽃피는 훈훈한 동아리. 대학에 들어가면 그런 동아리 생활이 시작될 줄 알았다.


2000년대 초반 내가 신입생이던 시기에는 하얀 전지에 붓글씨로 동아리 홍보 대자보를 써서 신입생을 모집했다. 물론 그때도 인터넷으로 홍보를 하는 동아리가 있었지만 대부분 대자보로 동아리 홍보를 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후문 앞 하얀 전지에 크게 써진 동아리 홍보 글.


남자가 되고 싶은 자만 들어와라.
- 역도부 -


그 문구 하나에 꽂혔다. 단순하면서 명료했다.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가입해야 했다. 가슴이 뛰고 설레었다. 바로 동아리 방으로 가서 연락처로 전화를 했다. 잠시 후 역도부장이라는 선배가 왔는데 작은 키였지만 근육으로 온 몸이 단단해 보였고 카리스마가 있었다.


하얀 라시티를 입고 있었는데 팔뚝이 요즘 영화에 나오는 마동석 팔뚝만 했다. 동아리 이름은 역도부였지만 역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동아리라고 했다. 예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는 용어 대신 역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했다.


부장 선배의 카리스마에 눌려 그 자리에서 바로 입회원서를 썼다. 그리고 서약서도 함께 썼다. 서약서 내용은 만약 동아리 탈퇴를 하게 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 역시 멋있어 보였다. 남자가 되는 길은 쉽지 않은 거니까.


이제 나도 남자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동아리에 가입하고 한달 정도 훈련 기간을 거쳤다. 훈련은 운동장에서 진행했는데 기초적인 맨몸 운동과 선착순 달리기, 얼차려가 대부분이었다. 그 후 신입생 환영회를 거쳐 비로소 운동기구를 만질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동아리에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고등학교 때 갑빠를 만들기 위해 해왔던 팔굽혀펴기가 도움이 되었다. 대학 입학 전 한달 동안 헬스장에 다니며 운동기구 사용법은 익혔기 때문에 선배들과 운동하는 것이 즐거웠다. 동아리에서 운동은 많이 했지만 여전히 내가 원하는 대로 몸이 커지지는 않았다. 대신 데피니션(근선명도)은 확실히 좋아졌다.


신나게 대학생활을 즐기다가 5월이 되었다. 대학 축제 때 동아리에서 보디빌딩 대회를 열었는데 신입생 대표로 참석을 하게 되었다. 신입생의 역할은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었다. 정식으로 보디빌딩 포즈를 잡다가 음악에 맞춰 신나는 춤을 추고 분위기를 띄웠다. 물론 예선 탈락이었다.


동아리에서는 몸이 커야 인정을 받았다. 이소룡 같이 근육이 쫙쫙 갈라지는 데피니션형 보다 아놀드 슈왈츠제너거 같이 근육 덩어리가 큰 벌커형이 대세였다. 당시 나는 선명하게 복근이 보이는 데피니션형이었다. 동아리 축제 홍보를 위해 신입생들은 웃통을 벗고 학교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스티커를 받았다. 스티커를 붙여주는 학생들이 내 몸이 딱 보기 좋다며 부럽다는 얘기를 했는데 나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벌커형의 선배들이 부러웠고 내 몸이 왜소하다고만 생각했다.


길었던 1학년 학과수업이 끝나고 겨울 방학이 되었다. 선배들은 후배도 들어오는데 몸을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두 달 겨울 방학동안 확실히 몸을 키우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겨울 방학 내내 몸을 불리기 위해 많이 먹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끼는 백숙을 먹었다. 두달 동안 그렇게 먹다 보니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겨울 방학이 끝났을 때는 몸무게가 10킬로그램 정도 늘어 있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아디다스 져지를 입었는데 몸에 꽉 끼는 느낌이 났다. 지퍼를 올렸는데 가슴과 팔 쪽이 꽉 끼었다. 입을 때 마다 헐렁했던 옷이었기 때문에 그 끼는 느낌이 낯설었고 나쁘지 않았다. 맘 속 깊은 곳에서부터 뿌듯함이 올라왔다.


그렇게 원했던 우람한 갑빠와 팔뚝을 나도 갖게 된 것이다.
대신 선명하게 보이던 복근은 뱃살 안으로 자취를 감췄다.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말이다.


그 후에도 동아리에서 꾸준히 운동했다. 벤치프레스를 하고 스쿼트를 하고 덤벨을 들었다. 그리고 갑빠를 더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먹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선배들처럼 벌커형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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