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일이다. 자주 가던 동네 카페에 가면 30대 중반의 아저씨가 항상 회색 후드티를 입고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아저씨는 꽤 오랜 시간 앉아 있었는데 주위에 빈 커피잔이 3-4개씩 놓여 있었다. 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핸드폰을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창밖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뭘 하는 걸까 궁금했는데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났고 어느 순간 아저씨는 보이지 않았다.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고 아저씨가 항상 앉던 그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 문득 깨닫게 되었다.
아저씨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은. 그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니 밖의 풍경보다 내 모습이 더 잘 보였다. 창가 위에 할로겐 조명이 있는데 그 빛 때문에 그 자리에서는 유리가 거울처럼 변했던 것이다. 아저씨는 정말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반년 동안 커피를 무지 많이 마셨을 것이라는 점.
잘 지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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