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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복과 이름 모를 영웅들

by 봉봉주세용

한창 색소폰에 빠져있을 때가 있었다. 보통 늦은 저녁 시간에 연습실에 갔는데 그때 자주 보던 형님이 있었다. 둘 다 음악에는 소질이 없어서 고만고만한 실력이었고 아마 그것 때문에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친해진 형님과 연습을 마치고 종종 근처 시장에서 족발에 소주를 한잔씩 하고는 했다. 전라도 광주가 고향인 형님은 술을 마시다가 딱 한번 그런 얘기를 했다. 5.18때 전남대에 다니던 형님도 그날 거기에 있었다고. 아무리 시간이 오래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며 오랜만에 형님이 생각났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결코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니라는 거. 누군가는 거기에 있었고, 누군가는 택시운전을 했으며, 누군가는 아직도 살아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




택시운전사 김사복과 이름 모를 영웅들.


#택시운전사 #김사복 #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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