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턱걸이 20개

헬스와 맨몸운동 편

by 봉봉주세용

요즘 맨몸운동과 홈 트레이닝 붐이 생긴 것 같다. 헬스가 한창 유행할 때 헬스를 한다고 하면 헬스장에서 기구로 운동하는 것을 생각했다.


헬스장에 가면 몸 좋은 아저씨들이 있는데 한번씩 그분들이 운동을 알려줬다. 그 후 크로스핏 열기가 확 올랐다가 최근에는 맨몸운동으로 흐름이 변한 것 같다. 코치가 없어도 누구나 동영상을 보고 운동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맨몸운동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나는 턱걸이를 좋아한다. 턱걸이를 하기 위해서는 철봉이 필요한데 철봉은 공원이나 학교에 가면 거의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집에서도 문틀에 간단하게 설치를 할 수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OBC 유격훈련 이후 턱걸이를 시작했다. 턱걸이가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해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매달리는 것 부터 어려운데 보통은 1분 이상 매달리는 것도 어렵다.


나도 턱걸이를 처음 했을 때는 매달리는 것 부터 시작했다. 철봉에 매달리기 위해서는 악력과 전완근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하는데 한달 정도는 철봉에 매달리는 것만 연습했다.


시간 날 때마다 철봉에 가서 매달리고 또 매달렸다. 철봉에 매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손가락 힘이 빠지면서 철봉을 놓치게 된다. 그런 실패지점까지 계속 시도하다 보니 조금씩 매달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렇게 한달 정도 꾸준히 매달리다 보니 1분까지는 철봉에 매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턱걸이를 시도했다.


턱걸이는 그립에 따라
Pull-up, Chin-up 으로 구분한다.


Pull-up은 봉을 잡을 때 손등을 바라보는 오버핸드 그립이 되고 봉을 넓게 잡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턱걸이가 Pull-up인데 전완근과 삼두근 그리고 광배근 발달에 도움이 된다.


Chin-up은 봉을 잡을 때 손바닥이 보이는 언더핸드 그립이 되고 보통 어깨보다 좁게 잡는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이두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Pull-up 보다 많은 개수를 할 수 있다.


나는 배치기를 하지 않고 한번에 정석으로 Pull-up 20개 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턱걸이를 한번에 10개 하는 데는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아침에 1회, 저녁에 1회씩 하루에 2회씩만 했는데 턱걸이 20개를 한번에 할 수 있을 때까지는 10년이 걸렸다. 턱걸이를 할 때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개수까지만 하고 내려왔기 때문이다.


한달 동안 매일 11개를 하고 그 다음 달에는 12개를 하고. 그리고 그 다음 달에 13개를 시도하는데 안되면 다시 12개를 한다.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했다.


무리해서 턱걸이를 하다가 힘들어서 질리게 되면 아예 하지 않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렀고
내 상체는 역삼각형으로 변했다.


등이 두꺼워지면서 넓어진 것이다. 하지만 턱걸이 횟수는 꽤 오랫동안 17회에서 멈춰 있었다. 2017년은 턱걸이를 시작한 지 10년째가 되던 해였다.


처음 목표로 했던 턱걸이 20개를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오랜 세월 숙제로 가지고 있었던 턱걸이 20개였다. 그 동안은 턱걸이를 할 때 무리하지 않았지만 20개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


드디어 턱걸이 20개 숙제를 풀기로 했다.


턱걸이를 할 때마다 손에 힘이 풀려서 못할 때까지 매달리고 하나라도 더 하기 위해 시도했다. 할 때마다 전완근이 최대치로 펌핑되고 쥐가 날 것 같았다. 하지만 17개에서 1개 늘리기도 쉽지 않았다. 18개에서 올라가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 일요일 아침이었는데 날씨가 좋아 한강에 자전거를 타러 갔다. 잠실에서 출발해 잠실철교를 지나고 뚝섬을 지나 용비교를 넘었다. 그리고 옥수교 근처에 있는 철봉을 보고 멈췄다.


뭔가 느낌이 좋았다. 턱걸이를 시작했다. 내 최대치인 17개까지 했는데 1개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8개를 했는데도 힘이 조금 남아있었다. 19개를 했다. 이미 내 최대치 17개에서 2개나 넘어섰다.


1개 더 할 수 있을까?
10년 동안 내가 갖고 있던
턱걸이 20개 숙제를 끝내는 건데.
1개만 더 해보자.

힘을 내자.


잠시 숨을 고르고 손 위치를 살짝 바꿔서 20개를 시도했다. 전완근과 광배근, 복근의 힘을 모두 짜서 집중했다. 아주 천천히 몸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20개째를 성공했다. 바로 내려오지 않고 5초 정도 더 매달렸다가 내려왔다.


10년 전 목표로 했던 턱걸이 20개를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지금도 턱걸이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 후 20개를 다시 시도하지 않았다. 20개를 하고 나서 어깨와 등 통증으로 3주 정도 턱걸이를 하지 못했다.


아직 내 몸이 턱걸이 20개를 하고 버틸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이다. 지금 내 몸이 무리하지 않고 턱걸이를 할 수 있는 횟수는 15개다. 무리하지 않는다.


하루에 두번만 한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턱걸이 20개, 30개를 할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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