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편
어릴 적 주말에는 한번씩 토요명화를 봤다. 보통은 그 시간 전에 잠이 들었지만 깨어 있을 때는 부모님 사이에 누워 영화를 봤다. 오징어나 쥐포, 과자같은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영화를 봤는데 영화 내용보다 간식을 먹는 게 좋았다. 토요 명화 오프닝에 나오는 웅장한 시그널과 황금색 별이 생각난다.
빰-빰빠빠밤 빰-빰빠빠밤
웅장한 음악이 울리면서 황금색 별이 날아다니고 그 별은 토요명화 글자로 바뀐다. 그리고 광고 리스트가 나왔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 광고가 참 많았고 광고 시간이 길었다. 나는 대개 영화 시작 전 광고를 보다가 잠들 때가 많았다. 당시에 어떤 영화를 봤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조그만 브라운관 티비 앞에 다같이 누워 불을 끄고 간식을 먹으며 영화를 봤던 느낌이 좋았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보통 주말 아침에 조조로 영화를 보고 관심있었던 영화는 개봉하는 날 퇴근 길에 극장에 들러 보곤 했다. 블록버스터나 인기있는 영화를 두 편 정도 보고 한 편은 다큐멘터리 영화나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영화를 찾아봤다. 그러다 보니 일년에 보통 100여편 정도 영화를 보게 된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최대한 영화속에 빠져 보려고 한다. 제3자의 눈으로 영화 속 상황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화속에 들어가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그 상황을 경험해 보는 것이다.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상황과 다른 사람의 인생을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는 것은 멋진 일이다.
지금도 고향에 가면 내려간 첫날 저녁에는 부모님과 영화를 본다. 어머니가 무서운 영화를 못 보기 때문에 아버지와 나는 최신 영화 중 그리 무섭지 않은 영화를 선택한다. 그리고 어릴 때처럼 누워서 간식을 먹으면서 영화를 본다. 어릴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때는 토요 명화였지만 지금은 올레티비로 영화를 본다는 것
그때는 티비에 나오는 영화를 봤지만 지금은 선택해서 볼 수 있다는 것
그때는 영화를 보며 콜라를 마셨지만 지금은 맥주를 마신다는 것
그때는 내가 먼저 잠들었지만 지금은 부모님이 먼저 잠드신다는 것
영화를 중간쯤 보다 보면 어머니는 이미 잠들어 있고 곧이어 아버지 코고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면 나는 조용히 영화를 끄고 내 방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