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쪄낸
아차산 할아버지 집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툼한 손두부 한 모에
걸쭉한 막걸리 한 잔
따라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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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과 마주앉아
도란도란 대화의 꽃
피우는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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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인생살이
온갖 시름이야
잠시 내려놓아도 좋은
행복한 축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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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옷차림의 서민들과
하산 길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의
구수한 대화를 귀동냥하며
술맛은 점점 좋아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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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더 먹으라며
내 앞의 종지그릇에
두부 한 점 살며시 담아주는
벗의 다정한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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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추한 할아버지 집은
어느새 지상 천국이 되네
- 정연복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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