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두바이 : 이상한 중동의 앨리스 1

비스니스 여행자의 세계출장 견문록 17

by chill십구년생guy


불가능한 것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은
가능하다고 믿는 거야



유명한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다. 페르시아만 남동쪽에 위치한 아랍에미리트의 최대 도시, 두바이는 나에게 딱 그런 곳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진도 센터 포지션이다



2018년 6월, 나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 개척 프로그램인 ‘NRP World Wide’에 참가하며 생애 처음으로 중동 땅을 밟았다. 척박한 모래 사막 위에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마천루들을 보며, 나는 머무는 내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라는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이 기적 같은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증명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속 깊이 다짐했다. 언젠가 우리도,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이들처럼 반드시 혁신적인 세계를 만들어내겠노라고.



사막은 무슨



내 두 눈은 쉴 새 없이 휘둥그레졌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밤비행기를 타고 막 도착한 두바이는 나의 빈약한 상상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막연히 허허벌판 사막만을 떠올렸던 예상과 달리, 공항을 나서자마자 곧게 뻗은 아스팔트 대로와 기하학적인 곡선을 뽐내는 빌딩 숲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행사장 겸 숙소인 소피텔(Sofitel)에 들어서자, 창밖으로는 에메랄드빛 주메이라 비치(Jumeirah Beach)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오션뷰가 나를 반겼다.



중동에서 오션뷰가 웬말이람



악명 높은 사막의 태양은 자비가 없었다. 그늘을 한 발짝만 벗어나도 숨이 턱 막힐 만큼 뜨거운 뙤약볕이 쏟아졌지만, 신기하게도 도시 곳곳은 온통 푸른 잔디로 뒤덮여 있었다. 이 경이로운 생명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도시 전체에 실핏줄처럼 뻗어 있는 인공 급수 시스템이었다. 곳곳에 설치된 호스를 통해 끊임없이 물을 뿜어내며 모래땅을 적시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중동에서는 얼마나 많은 녹지를 유지하느냐가 곧 그 도시의 경제력을 증명하는 ‘부의 척도’라고 했다.


도착과 동시에 상식을 가볍게 뛰어넘는 오일 머니의 위력에 압도당하자, 이곳에 온 또 다른 목적이 다시금 선명해졌다. ‘만수르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적당한 중동 자산가 한 명만 제대로 꼬셔서 투자를 유치한다면, 우리 회사는 그야말로 탄탄대로 아닐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그런 허황된 야망을 품은 채 이 기적의 땅에 발을 내디뎠다.



뭐가 이렇게 다 커



먼저 와 있던 개척단 인솔팀과 합류하여 시작한 첫날의 일정은 두바이의 최첨단 VR 시설들을 직접 몸으로 겪어보는 것이었다. 우리는 먼저 축구장 200개를 합쳐놓은 규모라는 세계 최대의 쇼핑몰, ‘두바이몰(The Dubai Mall)’로 향했다. 그곳에 위치한 초대형 VR 테마파크 ‘PVRK’를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코엑스나 잠실처럼 한국에도 내로라하는 쇼핑몰이 많으니 ‘커봤자 얼마나 다르겠어’라고 생각했던 나의 짐작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산산조각 났다. 테마파크에 가기 전, 당시 한국에는 입성 전이었던 ‘아라비카(Arabica) 커피’, 일명 ‘응 커피’를 한 잔 사러 갔다가 하마터면 일행을 영영 잃어버릴 뻔했다. 내부에는 아이스링크와 대형 수족관 같은 거대 시설이 예사로 들어차 있었고, 동선이 워낙 길어 공항에서나 볼 법한 전동 카트를 타고 다니는 쇼핑객들이 수시로 눈에 띄었다.


PVRK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VR 시뮬레이터 게임들은 기본이고, 실내 한복판에 자이로드롭이나 자이언트 스윙 같은 야외 테마파크용 대형 놀이기구들이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다. 테마파크 측의 배려로 자유이용권을 받아 모든 시설을 즐길 수 있었지만, 공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질 정도라 주어진 시간 내에 모든 콘텐츠를 체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기분



두바이몰을 나온 우리는 근처의 또 다른 테마파크 ‘허브 제로(HUB ZERO)’로 이동했다. 그곳엔 본래 뉴욕에 가야만 만날 수 있었던 ‘더 보이드(The VOID)’의 ‘고스트버스터즈 디멘션(Ghostbusters: Dimension)’이 입점해 있었다. 전설적인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는 즐거움은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차오르는 국뽕



허브 제로에서의 공식 일정을 마친 뒤, 나는 홀린 듯 다시 두바이몰로 향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의 꼭대기, ‘앳 더 톱(At the Top)’ 전망대에 마련된 VR 체험을 미리 예약해 두었기 때문이다.


예약 시간까지는 제법 여유가 있어 부르즈 할리파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식당 ‘알 할랍(Al Hallab)’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으며 세계 최대 규모라는 그 유명한 분수쇼를 감상한 뒤 전망대에 오를 계획이었다. 두바이에 머물다 보니 무엇을 보든 ‘세계 최대’,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붙어, 감탄을 내뱉으면서도 한편으론 실소가 터져 나왔다.



생각보다 괜찮았던 후무스와 두바이 분수쇼 배경의 양고기 샷



중동의 대표 요리인 ‘후무스’와 ‘양고기 찹스테이크’를 주문했다. 특유의 향이 입에 맞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훌륭한 풍미를 자랑했다. 다만, 종교적 이유로 주류 판매가 엄격히 제한되는 탓에 메뉴판에는 무알코올 맥주뿐이었다. 애주가로서 그 대목만큼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2018 월드컵 예선,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열리던 날이었다. 테라스에 앉아 분수쇼를 곁에 두고 스마트폰으로 축구 중계를 지켜보았다. 골이 터질 때마다 눈앞의 부르즈 할리파는 거대한 수직 전광판으로 변신해 화려한 레이저 쇼를 선보이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비록 경기는 2대 1로 패했지만, 손흥민 선수가 만회 골을 터뜨린 순간 세계 최고층 빌딩이 대한민국의 컬러로 물들던 장면은 내 인생을 통틀어 손꼽을 만큼 경이로운 기억으로 각인되었다.



(정보) 부르즈할리파는 우리나라의 삼성물산이 시공에 참여한 건물이다



이후 ‘앳 더 톱’에 올라 구름 위에서 VR을 체험하고, 사방으로 보석처럼 흩뿌려진 두바이의 야경을 감상했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분수쇼를 다시 한번 눈에 담고 나서야 비로소 숙소로 돌아왔다.


참으로 신비로운 하루였다. ‘세계 최대’와 ‘세계 최고’가 일상인 도시 한복판에 서 있자니, 마치 동화 속 앨리스가 몸이 작아지는 약을 먹고 낯선 세계에 떨어진 듯 현실감이 흐릿해지는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신비로운 경험은 다음 날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다음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 이상한 중동의 앨리스 2' 로 이어집니다
(연재일 변경) '비즈니스 여행자의 세계출장 견문록'은 브런치스토리에서 매주 화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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