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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구 Sep 27. 2017

오늘 밤을 기점으로 가을

꽃을 하느라 한동안 미뤄두었던 일들을 하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트북 앞을 거의 떠나지 못했다. 낮에 잠깐 에어컨을 틀었는데 지금은 몇 달 만에 처음으로 가디건을 입고 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은 기온이 뚝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진짜 가을이 되려는가 보다.


남편에게 사흘째 메일이 오지 않는다. 원래 이 정도 텀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번 항차는 하루만 소식이 없어도 불안하다. 불안함이 늘 마음속에 있다.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없어도 된다. 어차피 대서양 한가운데 떠 있을 텐데, 그 거리가 얼마나 될지 사실 가늠도 되지 않는다. 다만 언제나 안전하고, 언제나 무사하고, 언제나 잘 있기를. 잘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면 좋겠다. 빨리 내년이 와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 


집 구조를 크게 바꾸었다. 주방 공간을 줄이고 거실에 작업대를 들였다. 한동안 작업실을 구하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사라졌다. 재미있는 것은, 내 마음이 바뀌자마자 그동안 점찍어두었던 동네 공방이 이사를 갔다는 것이다.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내 작업실이 될 인연은 아닌가보구나 생각했다. 내년 봄 영국에 가기 전까지는 집에서 아무때나 마음대로 꽃을 하기로 했다. 



마음은 계속 변하고 내 꽃도 조금씩 달라진다. 정형화되지 않은 디자인을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어떠어떠하게 꽂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틀을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민은 길게 하지 않는다. 직접 해 보지 않으면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걸음 나아가면 그 걸음만큼 더 보인다. 멋진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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